히가시노 게이고 326 재인
프롤로그
뭔가 이상하다.
가도 가도
계단이 나타나지 않는다.
거대한 책장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을 뿐,
게다가
그 줄이 미묘하게 엇갈려 있어,
먼 곳을 보려 해도
책상에 사이가 가려 보이지 않는다.
마치 미로 속에 빠진 느낌이다.
기념관
이 세계에서
내가 덴카이치라는 이름과
탐정이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점,
게다가 나를 필요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뭔가 필연성이 있어서
이곳에 휩쓸려 왔고 또
이런 골치 아픈 상황에 몰린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라야말로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지름길이 아닐까
자산가
방안의 모습 또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테이블이며 의자, 소파 등
가구란 가구는
모든 벽 쪽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있겠지만,
창문 바로 앞에
높다란 책장이 있는 등
부자연스러운 위치에 놓인 것이
적지 않았다. 문 앞에 있던 책장도
원래의 장소에서 옮겨진 것은 물론이다
쓰러진 그 책장에서 빠져나온
백과사전들이 책장 곁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 깔린 둥그런 양탄자 위에
미즈시마가 쓰러져 있었다.
소설가
“희다 선생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다음 달 호는 분명히 추도 기획이
중심이 될 겁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선생님의 작품이 필요하고요.
미완성이라고 상관없습니다. 아니,
미완성 쪽이 더 드라마틱하지요.
설사 완성된 원고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우선은 3분의 2 정도를
미완성 원고라면서 발표하고,
얼마 후에
‘완성 원고 발견’이라는 제목을
내세워 다시 한 번
발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싶은데요.”
위원회
저택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 밤중에 다른곳으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오늘 밤은
여기서 묵기로 했다.
비바람은 조금 잠잠해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시장이 한 이야기,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들,
시체들, 트릭, 그리고 나 자신,
생각해야 할 것이 산처럼 많았다.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한데 눈은 말똥말똥했다.
에필로그
건너편으로 내디딘 내 발에
낯익은 양말이 신겨 있었다.
발아래에는
엷은 자줏빛 카펫이 깔려 있다.
등 뒤에서 탕,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닫힌 것은
내게는 매우 익숙한,
늘 봐 왔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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