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샴 마타르 336 돌베개
p10
우리 가족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9년에 리비아를 떠났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이
리비아를 떠날 때
여덟 살 소년이었던 나와
성인이 된 지금의 나를 갈라놓은
아주 깊은 틈이 되었다.
비행기는 그 깊은 구렁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무모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내가 여태껏 애써서 익힌 기술,
곧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살아남으려고 애썼던 시간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p46
1973년 내가 세 살이 되기 전,
아버지는 유엔 대표부의 행정관직을
그만두고자 사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내면서
자신과 아내가 고향에 가고 싶어하고
두 아들을
리비아에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p86
아버지가 감금되어 있는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에 대한 물음은
유령처럼 내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다. 내 생각은
아버지가 감옥에 갇힌 처음 며칠,
아니 처음 몇 시간에
늘 고정되어 있다.
아버지의 감옥 생활에
초점을 맞추려고 할 때마다,
내 상상력의 날개는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아주 가까운 거리만 볼 수 있을 뿐이다.
p133
2011년 1월, 리비아 독재정권은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목격한 것과 같은 봉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삼촌과 사촌 형제들 같은
정치범들을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약속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장학금을
대폭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화 조치와 함께
기자와 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p174
외벽에 초벌 페인트도 칠하지 않은
건물들을 보면 그것이
자존감 부족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짓다 만 것 같은 집들은
다시 말해서
우리의 현재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가 집을 지으면,
그 집은 곧바로 우리 자신을 규정한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꼼꼼하게 마감된 표면을 좋아하는
내 취향 탓일 수 있다.
하메드 할아버지가 자기 집과 시時에서
커다란 자유를 발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212
무엇보다도 나를 전율케 한 것은
아버지가 갇혀 있던 그 감옥에서
1270명이 처형된 바로 그날,
내가 그때까지 자그마치 6년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감상했던
에두아르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이라는
정치적 처형 장면의 그림으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어쩌면
이러한 역사적 영향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심란하게도
뭔가 딱 맞아떨어진다. 마네는
당대에 가장 논란이 많았던
정치적 사건 가운데 하나에
답하고 있었다.
p252
사흘 뒤인 3월 5일 금요일 저녁
~ 그날 밤을 이룰 수 없었다.
어머니와 지아드, 그리고 나는
아버지가 실종된 날을 기리기 위해서
이틀 동안 함께 지내기로 계획을 짰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어떻게 기려야 할지 몰랐다.
나는 카이로로 갈 수 없었다.
첫 번째 소설이 발표된 뒤로
그곳에 가는 것은 더 이상
안전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가 해마다 얼마간 머무는
도시 나이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상상할 수 없었다.
p305
우리의 만남은
자기 자신이 내린 판단들, 따라서
늘 그럴 거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한
도발을 야기했다.
그들은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신의가
흔들리지 않았음을
내게 알리고 싶어했고,
나는 내가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음을
그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다.
그들은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내게 알리고자 했다.
독재 리비아 카디피 실종 고문 가족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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