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343 인플루엔셜
꼬리 1
늦가을 풍경에서부터
이야기 시작해봅시다
-시선 옮기기-
하나를 본다.
전후좌우로 시선을 조금씩 옮기며
그 하나 곁에
어떤 녀석들이 꿈틀대는지 살핀다.
눈에 걸려든 모든 것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꼬리 2
인간이 발명한 위해 한
혹은 위험한 녀석들
시선 비틀기-
사물 하나에 능력 하나만
심어져 있는 건 아니다.
시선을 비틀면
처음 눈에 보이는 능력과
모순된 또 다른 능력이 보인다.
둘을 나란히 놓아본다.
꼬리 3
자신을 백설공주로 착각한
토끼가 있었다는데
-파고들기-
목에 깁스를 한다.
하나에만 시선을 고정한다.
그 하나 속으로
조금씩 깊숙이 파고든다.
줄줄이 엉킨 이야기들을
고구마 뽑듯 차례로 뽑아낸다.
꼬리 4
그땐 그랬다지만 지금도 꼭 그럴까
-도둑질하기-
격언, 명언, 속담
뭐든 닥치는 대로 훔쳐온다.
훔쳐와 비틀고 흔들고 뒤집는다.
패러디하고 재해석한다.
경찰을 두려워하면
손에 쥘 수 있는 건 없다.
꼬리 5
‘잡’이라는
글자 하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방법
-국어사전 펼치기-
국어사전은 꼬리 물기 교과서,
단어 하나를 찍은 다음
위아래 단어를 노려본다.
단어 꼬리만 살짝살짝 바꾸면
뱀보다 길게 생각을 연장할 수 있다.
꼬리 6
한 사람에겐
몇 가지 이야기가 살고 있을까
-잘라 보기-
하나를 하나로 보지 않는다.
토막토막 잘라 열을 본다.
그러니까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면
열 가지 이야기가 이미 찾아온 것이다.
먼저 우리 몸부터.
꼬리 7
도시의 오후를 풍경화
몇 장으로 그린다면
-그림 그리기-
글자로 그림을 그린다.
귀에 대고 말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려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전 할 수 있다.
꼬리 8
참새 이야기도 듣고
매미 이야기도 듣고
-입장 들어보기-
동물도 말을 한다.
짹짹 말을 하고 맴맴 말을 한다.
그런 소리 하나하나에 자기 입장이 있다.
일리 있는지 없는지 판단은 나중에,
무조건 듣는다.
꼬리 9
커피에게 마이크를,
가위에게도 마이크를
-가까이에서 찾기-
생각보다 많은 녀석들이 지금
내 손이 닿는 곳에 웅크리고 있다.
멀리서 생각을 찾지 말고
손을 뻗어 그들을 만난다.
그들 이야기를 듣는다.
꼬리 10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글자는, 왜
-질문하기-
엉뚱한 질문, 괴팍한 질문,
날들이 잘 하지 않는 질문,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일수록 좋다.
물음표를 자꾸 던져야
느낌표를 건질 수 있다.
꼬리 11
연필 내려놓고
뚜벅뚜벅 거리로 나가면
-발걸음 옮기기-
앉아서는 잡하지 않는 생각,
바이 잡아준다.
책상을 떠나 거리로 나간다.
발이 데려다주는
모든 곳 이야기를 듣는다.
발로 듣고 발로 생각하고 발로 쏜다.
꼬리 12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온도 높이기-
생각에도 온도가 있다.
사랑 긍정 희망 위로
감사 믿음 배려 같은
성분 위에 앉아 생각을 하면
글 온도가 올라간다.
읽는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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