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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풍성한 책방 : 틈만 나면 딴생각

by 풍성한 그림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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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343   인플루엔셜 

 

꼬리 1

늦가을 풍경에서부터

이야기 시작해봅시다

-시선 옮기기-

하나를 본다.

전후좌우로 시선을 조금씩 옮기며

그 하나 곁에

어떤 녀석들이 꿈틀대는지 살핀다.

눈에 걸려든 모든 것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꼬리 2

인간이 발명한 위해 한

혹은 위험한 녀석들

시선 비틀기-

사물 하나에 능력 하나만

심어져 있는 건 아니다.

시선을 비틀면

처음 눈에 보이는 능력과

모순된 또 다른 능력이 보인다.

둘을 나란히 놓아본다.

 

꼬리 3

자신을 백설공주로 착각한

토끼가 있었다는데

-파고들기-

목에 깁스를 한다.

하나에만 시선을 고정한다.

그 하나 속으로

조금씩 깊숙이 파고든다.

줄줄이 엉킨 이야기들을

고구마 뽑듯 차례로 뽑아낸다.

 

꼬리 4

그땐 그랬다지만 지금도 꼭 그럴까

-도둑질하기-

격언, 명언, 속담

뭐든 닥치는 대로 훔쳐온다.

훔쳐와 비틀고 흔들고 뒤집는다.

패러디하고 재해석한다.

경찰을 두려워하면

손에 쥘 수 있는 건 없다.

 

꼬리 5

이라는

글자 하나를 붙들고 늘어지는 방법

-국어사전 펼치기-

국어사전은 꼬리 물기 교과서,

단어 하나를 찍은 다음

위아래 단어를 노려본다.

단어 꼬리만 살짝살짝 바꾸면

뱀보다 길게 생각을 연장할 수 있다.

 

꼬리 6

한 사람에겐

몇 가지 이야기가 살고 있을까

-잘라 보기-

하나를 하나로 보지 않는다.

토막토막 잘라 열을 본다.

그러니까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면

열 가지 이야기가 이미 찾아온 것이다.

먼저 우리 몸부터.

 

꼬리 7

도시의 오후를 풍경화

몇 장으로 그린다면

-그림 그리기-

글자로 그림을 그린다.

귀에 대고 말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려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전 할 수 있다.

 

 

 

꼬리 8

참새 이야기도 듣고

매미 이야기도 듣고

-입장 들어보기-

동물도 말을 한다.

짹짹 말을 하고 맴맴 말을 한다.

그런 소리 하나하나에 자기 입장이 있다.

일리 있는지 없는지 판단은 나중에,

무조건 듣는다.

 

꼬리 9

커피에게 마이크를,

가위에게도 마이크를

-가까이에서 찾기-

생각보다 많은 녀석들이 지금

내 손이 닿는 곳에 웅크리고 있다.

멀리서 생각을 찾지 말고

손을 뻗어 그들을 만난다.

그들 이야기를 듣는다.

 

꼬리 10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글자는,

-질문하기-

엉뚱한 질문, 괴팍한 질문,

날들이 잘 하지 않는 질문,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일수록 좋다.

물음표를 자꾸 던져야

느낌표를 건질 수 있다.

 

 

꼬리 11

연필 내려놓고

뚜벅뚜벅 거리로 나가면

-발걸음 옮기기-

앉아서는 잡하지 않는 생각,

바이 잡아준다.

책상을 떠나 거리로 나간다.

발이 데려다주는

모든 곳 이야기를 듣는다.

발로 듣고 발로 생각하고 발로 쏜다.

 

꼬리 12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온도 높이기-

생각에도 온도가 있다.

사랑 긍정 희망 위로

감사 믿음 배려 같은

성분 위에 앉아 생각을 하면

글 온도가 올라간다.

읽는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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