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425 민음사
춤꾼들-
수면에서 타오르는 화염과
그 안으로 다이빙하는 장관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 같았다.
그는 그길로 춤을 멈추었다.
너무 흥분되어
도저히 춤을 출 수가 없었다.
그는 스텔라와 상의했고,
그녀도 열의를 보였다
행복한 커플-
그가 풍기던 그 강렬한 인상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의 표정에 어린
얼음장 같은 냉혹함과
그의 목소리가 선포하는
살벌한 최종 선고,
그는 더 이상
말할 의사가 없는 게 분명했다.
이후 우리는 차 안에서
내내 말이 없었다.
비둘기의 노래소리-
나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체념하는 어깻짓을 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느낀 바가 있었다.
피터는 그녀에게서
보기로 작정한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의 환영 속에는
아름다움과 흡사한 것이 있었다.
그는 나름 자기식으로 시인이었다.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사자의 가족-
포레스티어 부인은
매력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총명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엉뚱하고 촌스럽고
어리숙한 편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알면 알수록 좋아하게 되었다.
왜 그녀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주 착한 여자니까,
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복되지 않는 사람들-
드디어 영국으로 쳐들어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발칸 지역으로 보내질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스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두 번째 일요일 오후가 돼서야
그는 농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춥고 궂은 날이었고,
날리는 진눈깨비는 금방이라도
눈보라로 돌변할 듯했다.
탈출-
그들은 다시 물색에 나섰다.
더 많은 집을 보고 또 보았다.
무려 이 년 동안을
그들은 집을 보러 다녔다.
루스는 점점 말수가 줄고
비웃음은 늘어 갔다. 그녀의
애처롭고 아름다운 눈에는
심술궂은 빛이 감돌았다.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심판대-
인내는 이들 셋이
지난 삼십 년간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 온 것이었다.
그들의 삶은 이 순간을 위한
기나긴 준비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자만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므로
자신만만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그 결실을 고대하는 중이었다.
척척박사-
켈라다 씨는 친근했다.
거드름을 떨 생각은 없지만,
나를 생판 모르는 사람들은
내 이름에 ‘씨’자를 잊지 않고
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켈라다 씨는
내가 긴장을 풀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런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나는 켈라다 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복한 남자-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아주 뚱뚱하고
대머리가 벗어졌지만, 눈은
명랑하게 반짝거렸고,
살집이 있는 붉은 얼굴에는
유쾌함이 가득했다. ~
나는 왠지 그가 좋은 와인을
첫눈에 알아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동정심은 넘치지만
자제력은 부족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낭만적인 아가씨-
그녀가 프랑스인다운 활달함과
강단으로 지금의 위치를 차지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린 지시는 곧 법이었다.
하지만 백작 부인에게는
추종자가 많은 만큼
적도 많을 수밖에 없었으니,
그중 가장 완강한 맞수는 미망인인
도스팔로스 공작부인이었다.
그녀는 그 프랑스 여인이
우아함과 위트,
좋은 평판으로 얻어 낸
사교계 우두머리의 위치는
출생으로 보나 사회적 성과로 보나
본인의 것이 맞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명예가 걸린 문제-
그날따라 행운이 따라
많은 돈을 땄죠.
같이 게임 하는 남자 하나가
실실 웃으면서 솔레다드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어요.
돈 페드로는 다른 사람이 놀란 눈으로
그자를 쳐다보는 걸 알아챘지만
웃는 얼굴로 아내는
침대에 안전하게
누워 자고 있다고 대답했죠.
그때 불행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시인-
무슨 소리가 났고
내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이제는 가슴이 설렜다.
마침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그를 보고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는 손에
내 명함을 들고 있었다.
키가 큰 영감은
비쩍 마른 몸에
피부는 오래된 상아색이었다.
어머니-
사람들은 그녀에게 주먹을
흔들어 대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는 그들을 가소롭게 쳐다보면서
같잖다는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승리감으로 반짝거렸다.
글래스고에서 온 남자-
보름달이 뜨자 발작이
시계처럼 정확히 일어났던 거예요.
그것으로 충분했어요.
나는 담 너머로 몸을 던져
올리브밭으로 뛰어내린 후
그 집으로 곧장 달려갔어요.
가까이 다가갈수록
킥킥거리는 소리가 커졌어요.
나는 그 집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어디에도
불빛은 없었습니다.
문에다 귀를 대고 귀를 기울였죠.
그 광인이 뱃가죽이
찢어져라 웃어 대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파티에 가지 전-
“다들 익숙해질 거예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처음엔 늘 그 생각을 했지만,
이삼일 후엔 다 잊었거든요.
애초에 아무런 위험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되더라고요.”
루이즈-
루이즈는 딸에게
성가신 늙은 여자 때문에
희생하지 말라고 했지만
딸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희생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가엾은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약속-
그들은 가난했다.
사치스러운 그녀가
알뜰한 아내가 되었다.
갑자기 그녀가 자신의 평판에
신경을 쓰자 구설은 사려졌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직
그의 행복인 듯 보였다.
그녀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목걸이-
침묵이 아주 불길하게 느껴졌어요,
그때 문이 열리더니
로빈슨 양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그 목걸이가 없는 거예요.
그 여자는 안색이 창백하고
흥분한 상태였어요.
그 여자가 탁자로 돌아와 앉더니
웃는 얼굴로 그걸 던지지 뭐예요…….
새가슴-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이
신경을 타고 질주했다. 챔피언은
여전히 지껄이고 있었다.
자기 생각을 숨기려고
그러는 걸까? 이자트는
챔피언의 푸른 눈을 들여다보면서
줄줄 쏟아지는 말들
뒤에 숨겨진 뜻을 읽으려 했다.
냉혹하게 번뜩이는 빛이 있는가?
냉소적으로 조롱하는 눈빛은 아닌가?
모순, 복수, 공포, 분노, 위선, 집착,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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