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설]
주사파와 협치 불가하다며
색깔론 키우는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신은 야당과 협치를 하고 싶은데
종북세력이 있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먼저 꺼낸 말이 아니라,
‘종북세력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주문성 질문이 들어왔길래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는 원칙론을
강조했다고 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속으로는
야당을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보수당의 교묘한 공격법 그대로이다.
지금 이 시대에 누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종북을 한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으냐고 하지만,
야당을 지칭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만약 진정으로 야당에
종북주사파가 있다고 믿는다면,
차라리 그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척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옳다.
협치할 의사도 없으면서
괜히 협치를 끌어들인 것은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사설] 2022.10.21
‘집단 정리해고’ 푸르밀,
기업 사회적 책임은 생각 안 하나
올해로 창업 45년인 푸르밀은
2009년부터 9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다가
최근 부진에 빠졌다.
노조는 경영진 책임이 크다고 한다.
신준호 회장의 아들 신동환 대표이사가
2018년 경영을 맡은 이후
사업 다각화와 신규 투자 등이
미흡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것이다.
매각이 무산된 이유도
시설이 낡아 보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신 회장은 올해 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 3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을 앞둔 상황에서
직원 생존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퇴직금을 챙겼다는 의심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푸르밀이
폐업 후 법인청산이 아닌
사업종료 방식을 택한 것도 의문이다.
청산에 들어가면 영업손실로 감면받았던
법인세를 환수당할 수 있어
폐업하지 않는
꼼수를 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푸르밀은 신 회장 일가가
90% 지분을 갖고 있다.
아무리 이사회까지 장악한
가족회사라 해도
경영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떠밀어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 2022.10.21
한계 드러낸 ‘스토킹 처벌법’ 1년,
더 촘촘히 보완해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스토킹 처벌법 및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을 보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이 삭제됐다.
스토킹 범죄는 주변인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해자가 합의를 종용하는
2차 가해를 하거나,
피해자가 추가 보복을 우려해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법 제정 때부터 제기돼온 터다.
‘지인 능욕’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스토킹을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됐고,
가해자에 대한 잠정 조치 유형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이
추가됐다. 여성단체와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이다.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뒤에야
부랴부랴 뒷북 대책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현행법은 처벌하는 스토킹 유형을
다섯 가지로 못 박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온라인 스토킹’을
추가했을 뿐이다.
여전히 법에 명시되지 않은
유형의 스토킹은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는
80% 이상이 여성이다.
구조적 성차별에서 비롯된
젠더폭력으로 봐야 한다.
처벌 못지않게 엄존하는
성차별과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성평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설] 2022.10.21
보증 서놓고 ‘나 몰라라’,
기업어음시장 흔든 강원도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44%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발행해 사업 자금을 조달했다.
도가 지급을 보증해,
어음은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최고 신용등급(A1)을 받았다.
그런데 개발공사는 자력으로
돈을 갚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이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8일
“개발공사가 빌린 돈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
아이원제일차는 지난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김 지사는 최문순 전 지사 시절 착수한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 사업이
불투명했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이 지급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신용평가회사나 투자자들은
국가나 다름없다고 여긴 지자체가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투자자가
강원도나 다른 지자체의
보증을 믿을 수 있겠는가.
강원도는 자금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일을 사과하고,
신속히 상환 계획을
마련해 밝히고 이행해야 한다.
[사설] 2022.10.18
‘이윤보다 생명’ 다시 불붙은
SPC 불매운동의 외침
에스피씨그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노동적인 행태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2017년 노동자 불법파견 사실이 드러나
고용노동부로부터 제빵기사 등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담은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하고도
‘자회사 직접 고용’ 외에는
합의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왔다. 노동자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을
차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노동위원회 판정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에 임종린 지회장이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사과 등을 요구하며
5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고,
시민들은 불매운동과 매장 앞
1인시위 등으로 힘을 보탰다.
지금 시민들은 ‘죽음으로 빚은
빵을 거부한다’고 외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노동기본권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참사가 에스피씨그룹이
노동을 존중하고 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일보 [사설] 2022.10.21
'대선자금 수사' 여야 충돌,
파국만은 안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게 향할 것으로 보고
결사항전 의지다.
국민의힘 역시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게 야당을 설득할 자세를
안 보이고 ‘이재명 리스크’를 반기며
지지율 회복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속내가 역력해 보인다.
북한의 도발이 일상화해
7차 핵실험까지 예상되는 지금
여야가 상대를 격렬히 비난하며
제 갈 길만 갈 때인지 묻고 싶다.
금융과 실물경제 복합위기로
‘제2의 외환위기’ 공포마저
커지는 마당이다.
정치권이 통째로
극한적 대결에 매달릴 때인가.
무한대결이 초래할
국론 분열과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
[사설] 2022.10.21
40년 만에 '공권력 인권침해',
선감학원 사건
국가기구 차원의 진상규명과
국가 책임 인정은 1982년 선감학원이
폐쇄된 이후 40년 만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피해자 치유ㆍ지원사업,
추모비 설치 등을 약속했다.
너무나 뒤늦은 진실규명과 사과다.
특히 열악한 시설에서 병사하거나
섬을 탈출하다가 익사해 암매장된
희생자 유해발굴은 시급한 과제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암매장지 봉분 5기를 시범발굴해
치아 68개와 유품인 단추 6개를 찾아냈다.
암매장지에 140~150개의
봉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뼈 조직이 약한 아동 유해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유해 발굴과 피해자 특정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들의 해원(解寃)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암매장지 봉분에 대한
전면 발굴조사가 필요하다.
40년 만에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된
선감학원 사건은 초법적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에는
시효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사과와
내실 있는 피해 회복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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