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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책방 : 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

by 풍성한 그림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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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림

 

1

바위에 시도 썼을 것이다

2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

3

불온한 생각도 아직은 더러 있는데

4

나만 못 본 게 아니라 아무도 못 봤다

 

 

 

시인의 말

 

판소리 적벽가군상설움타령을 듣는다

조조의 병사들 신세한탄이다

 

제 처지가 얼마나 기막힌지 들어보라며

좌우를 밀치고 나서는 군사 사설마다

울음이 반이다.

제가 제일 서럽다며

천지간에 누가 저만큼 딱하고 원통하겠느냐고,

제 얘기 먼저 들어달라고

나한테까지 하소연이다.

 

슬픔에 우열이 어디 있으랴,

무등 (無等)이다.

 

줄 세우기도 난감하고,

줄 것도 없다.

시 쓰는 일 말고, 이삼 년 막 익히면

보내주고 나눠줄 것이 많은 일을

배울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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