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살인사건
미나토 가나에 319 재인
1장 동료 1
시구레 계곡에서 일어난 사건 말이야.
딱 알아듣지 못하는 걸 보니
뉴스를 통 안 보는 모양이구나.
T 현의 T 시에 있는 시구레 계곡 숲속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
어제 크게 보도되었잖아.
시체가 열 군데 넘게 칼에 찔린 데다
석유를 뿌리고 태우기까지 했대.
그건 안다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구나.
그렇겠지.
나도 어제는 뉴스를 보고
내가 사는 도시에서
저렇게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나 싶어서
좀 놀랐으니까.
미인은 어디 있건 눈에 띄기 마련인가 봐.
지금 우리 회사는
어딜 가나 그 사건 얘기뿐이야.
다들 입을 열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거 아니겠어.
미심쩍은 일이 있어도
곧장 경찰에 증언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어.
2장 동료 2
댁도 우리 회사 여사원들한테
이번 사건에 대해 들었을 테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게 좋아요.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창작도
누군가에게 말하는 순간
진실로 둔갑하니까 말이죠.
가게에 걸린 시계를 보고
10시가 넘었다는 걸
알아차린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게 정확히
몇 분이었는지는 기억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기억하는 편이
범행에 가담한 것처럼 여겨지지 않나요.
빠른 시각을 답하면
시로노 씨를 편든다고 할 것이고
늦은 시각을 답하면 시로노 씨를
범인으로 몰려는 사람을 편든다고 할 것이고,
어느 쪽이든 의심을 살 테죠.
네, 시로노 씨를
범인으로 몰려는 사람, 말입니다.
그걸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시로노 씨는 착실한 사람이어서
떠맡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떠맡아 야근을 하거나
새벽같이 출근하기도 했으니까요.
3장 동창생
시노야마 씨가
텐 짱을 범행에 끌어들인 것 아닐까요.
시노야마 씨는 텐 짱을 속여
텐 짱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려 하고있는 겁니다.
텐 짱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은
모두 한통속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조리 실습 때도 음식이 맛있게 만들어지면
잘했다는 듯이 웃곤 했어.
만족스러운 기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기분 나쁘게 느껴지거든.
그런데 다른 사람이 사고당한 얘기를 듣고
웃는 걸 보니 어찌나 무섭던지.
그러다 보니
시로노를 따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그뿐만이 아니야,
왜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은 선생이
수업 중에 얌전한 아이를
본보기 삼아 놀리는 경우가 있잖아.
그런데 시로노를 그런식으로 놀려 댄 선생이
우울증에 걸려서 학교를 쉬게 된 적도 있나 봐.”
“그 쯤 되면 저주네,
그 축구부 주장은 그 후에 어떻게 됐어?”
시로노 미키 때문에
프로 축구 선수가 되는 꿈을 접었다고
말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명문교에 합격했다니 실망스러운가요?
저도 그렇게 말하는 편이
속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한 건
실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4장 마을 주민
난 절대 앤이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최악의 경우 정말 살인을 저질렀다 해도
그 동기가 앤 자신에게 있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피해자에 대해 좀 더 조사해 봐.
백설 공주라고 불린다지만,
그런 식으로 무참하게 살해당한 걸 보면
하트가 아주 새까매졌을 거야.
친절한 앤이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에게 혹독하게 당한 사람이 반드시 있을걸.
당신, ‘백설’ 비누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잖아.
사코였던가?
앤의 실명까지 공개했지.
그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봐.
5장 당사자
레몬 향이 감도는 나가사와 지구,
그곳이 저의 고향입니다.
다이애나가 학교를 싫어했던 이유는
친구들이 못된 장난을 많이 쳤기 때문입니다.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다이애나를 다코라고 부르면서
몸을 비비 꼬고 놀렸습니다.
저를 맞아 준
같은 대학에 다니는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 따뜻했고,
그중에서도 저와 같은 신입생인
미노리와 마스미는 마치 헤어졌던
세쌍둥이를 다시 만난 것처럼 처음부터
저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빨간 머리 앤』이나
클래식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저를
별나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장 소중한 것을 과시하거나
공감을 얻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때까지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표준적인 인가이기는 해도
취향이 독특하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을 가슴속에 묻어두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부록 ‘시구레 계곡 여사원 사건’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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