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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책방 시 : 구름과집사이를걸었다,박지웅,문학동네

by 풍성한 그림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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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박지웅 문학동네

 

시인의 말

라일락을 쏟았다

올 겨울, 눈과 나비가 뒤섞여 내리겠다

 

1

 

나비를 읽는 법/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뼈저린 일/

허리가 나가니 못 일어난다

내가 내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

떨어져서야 비로소 뼈의 땅을 발견했다

 

피리/

길게 내쉬니 몸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난다

어쩌면 세상이나 내 몸이나 이렇게 푸는 것인가

 

2

 

라일락 전세/

약국 앞 세탁소 앞 수선집 앞에서 내려 오순도순

모두 라일락 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기뻤다

그때 밤하늘은 여전히 신생대였고

그 별자리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그늘의 가구/

낮은 옥상에 새들마저 끊기고 추운 밤들이 오고

너덜거리는 나무창문 위로 달이 넘어갔다

달은 밤마다 희미한 가구를 빈방에 밀어넣었다

 

택시/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3

 

유랑의 풍습/

초췌한 철학은 한 번도 설명하지 못했네

나 공연히 일어나 이생으로 넘어왔네

나는 왜 나에게 죽음을 전수했는가

 

유령/

어느 날 얼굴 앞에 라이터를 켠다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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