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박지웅 문학동네
시인의 말
라일락을 쏟았다
올 겨울, 눈과 나비가 뒤섞여 내리겠다
1부
나비를 읽는 법/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뼈저린 일/
허리가 나가니 못 일어난다
내가 내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
떨어져서야 비로소 뼈의 땅을 발견했다
피리/
길게 내쉬니 몸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난다
어쩌면 세상이나 내 몸이나 이렇게 푸는 것인가
2부
라일락 전세/
약국 앞 세탁소 앞 수선집 앞에서 내려 오순도순
모두 라일락 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기뻤다
그때 밤하늘은 여전히 신생대였고
그 별자리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그늘의 가구/
낮은 옥상에 새들마저 끊기고 추운 밤들이 오고
너덜거리는 나무창문 위로 달이 넘어갔다
달은 밤마다 희미한 가구를 빈방에 밀어넣었다
택시/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3부
유랑의 풍습/
초췌한 철학은 한 번도 설명하지 못했네
나 공연히 일어나 이생으로 넘어왔네
나는 왜 나에게 죽음을 전수했는가
유령/
어느 날 얼굴 앞에 라이터를 켠다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728x90
반응형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성한책방 시 : 햇빛두개더,고영민,문학동네 (0) | 2025.05.20 |
---|---|
풍성한책방 시 : 그림 없는 그림책,남지은,문학동네 (0) | 2024.07.23 |
풍성한책방 시 :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현대문학 (0) | 2024.05.03 |
풍성한책방 시 : 없음의대명사,오은,문학과지성사 (0) | 2024.04.24 |
풍성한책방 시 : 숨쉬는 무덤, 김언,아침달 (0) | 2024.03.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