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시30 풍성한 책방 : 산책 소설 오은경 현대문학 1부 물속에 유리 물고기가 있었다 2부 나는 대체 어디에 와 있는 걸까? 3부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다 에세이 미끄럼질 수 많은 오해를 통해- 걸을 때마다 햇빛이 잘렸다 억새를 쥐었더니 손안에 상처가 남았다 오래 방치된 땅이었다 너는 움푹 팬 자리에 앉아 밭을 바라봤다 이제는 희미해져 기억에서 흐릿해졌지만 유실물- 흙 속에 낡은 운동화 한 짝이 박혀 있었다. 어디야? 너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리고 나는 계속 돌무덤을 팠다. 미끄럼질- 글을 쓰는 나는 현실 세계와 시의 경계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다. 나는 화자와 가까우면서도 가깝지 않고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았다. 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화자에게 대상이 다다를 수 없는 심연이듯 글을 쓰는 나에게도 화자는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바깥에.. 2023. 2. 13. 풍성한 책방 :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황인찬 아시아 20편의 시중에서 법 앞에서- 문이 열리고 아이가 고개를 내밀려 묻는다 천국이 있어요? 시인노트- 대상을 들여다보면 대상이 사라진다는 것. 대상을 선택하는 순간 대상이 대상을 벗어난다는 것. 이것이 쓰는 일의 신비함이다. 시인 에세이- 너무 가까운 사건은 아름다울 수 없다. 내 가족의 숭고한 희생은 아름다울 수 없고, 어제 일어난 비극에 대해 쓸 때, 그것을 아름답게 쓰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무력함의 원인이다. 2023. 1. 16. 풍성한 책방 : 가끔 이렇게 허깨비를 본다 김형수 문학동네 시인의 말- 시인을 상처로 알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 24년이나 휴지기를 두었지만 나의 옛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삶을 기뻐하지 못했을까? 돌아갈 길이 끊긴 자리에 한사코 서 있는 모양이라니! 그래도 네 번째 시집이라 불러야 한다. 1부 형, 울지 좀 마라 2부 눈에 불어 있고 뺨에 빛이 있는 친구 3부 불현듯 멀어지고 있어요 4부 나는 여전히 과거 속에 산다 야생의 기억- 대자연에게 살해된, 깡마른 시간의 가죽옷 한 벌 서커스- 낮은 가지 끝 부서지는 귀청 가득 환한 장작더미 같은 수천의 불꽃들 저 마약 같은 손목가지들 2022. 11. 28. 풍성한 책방 :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 정화진 문학동네 시인의 말- 다시 지어 입을 환희의 문장들, 채색 기둥 위에 빛나는 햇살과 고대 철학을 함께 공부하던 질풍노도의 빛나던 눈동자들, 그 눈부심이 없었다면 어두운 시의 자리로 돌아오기조차 어려웠으리라. 순정하고 아름다운, 그 소녀 소년들, 청년들께, 그대들께, 아침마다 다시 피어날 이슬 묻은 나팔꽃 다발을, 이 시집을, 드린다. 불법체류자들/말의 낯선 풍경들- 노래의 혀가 뽑힌 자들이여, 번쩍이는 눈만 남아 밤을 지새우는 그대 울음의 이름들이여. 바다는 쇠물닭을 몰고 온다- 그네들은 헤엄칠 생각이 없다 바다의 표면은 액체이기를 그만두었으므로, 금속의 바다 위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검은 유리의 차량들, 그 속의 영혼이 하얗게 바랜 사람들 2022. 11. 14. 풍성한 책방 : 나는 이름이 있었다 오은 아침달 시인의 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오해했습니다. 사람이라 이해하고 사람이라 오해했습니다. 사람을, 마침내 사람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저는 이제야 겨우 아들이 되었습니다. 큰사람- 화장실 거울 앞에서는 입에 문 칫솔처럼 더없이 작아지는 사람 치약 거품처럼 별수 없이 삐져나오는 사람 서른-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소화가 안 되는 병에 걸렸다 물방울효과- 물방울 한 점에 대해 생각한다. 바다 위에 떨어진 한 점의 물방울에 대해. 그 물방울은 너무도 견고해서 결코 바닷물과 섞이지 않는다. 바다의 일부분이 되길 거부한다. 물방울은 사실 그 어디에도 속할 생각이 없다. 끝끝내 자기 자신으로 남길 원할 뿐이다. 물방울 한 점은 파도를 넘고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 2022. 10. 24. 풍성한 책방 :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정재학 문학동네 시인의 말- 게으른 것은 알고 잇다.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평생 써야 하는데. 다행히 아직 지겹지는 않다. 시 쓰는 법을 매번 까먹기 때문이다. 1부 아빠, 돼지곱창 음악이 왜 이렇게 아름다워? 2부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눈두덩만 보인다 3부 떨리는 것들은 악기가 될 수 있다 4부 주춤주춤 춤춤 5부 시 몇 편을 쓰고자 저는 아버지를 선책했고요 6부 어떤 시간을 나에게 공간입니다 나비차원- 저 아래 땅바닥이 보이지만 그 아래 또하나의 땅바닥도 보인다 불, 전태일- 증발하는 글자들 속에서도 꿈은 휘발되지 않았다 2022. 9. 12. 풍성한 책방 :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송재학 문학동네 시인의 말- 예컨대, 서쪽 노을이 나의 외부이기도 하지만 그게 생활의 불온이며 내부라는 짐작을 한다. 내부는 애면글면 또 누군가의 외부, 지금 내 눈동자와 눈썹까지 들여다보거나 헹구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부 아침을 담는 항아리 2부 물망(勿忘)의 연두색이 계속 돋았다 3부 이름 대신 슬프고 아름다운 계면(界面)을 얻었다. 유화 -내부5 너비와 깊이가 희미하다 몸이 점차 굳어가며 굴절의 마음을 삼킨다 옹이- 이목구비는 연약하게 시작하지만 체온은 이미 들끓는 울력이더라 2022. 8. 22. 풍성한 책방 : 있다 박소란 147 현대문학 백색소음-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버튼을 눌러 전원을 끌 때까지 문병- 물을 마시고 싶다고 차가운 물을 더듬거리는 그 말을 어서 쉬고 싶다, 로 나는 들었다 그 밖의 정령- 누군가 노크를 하는데 우리는 천천히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흰 사람이 나타나 타이르듯 이야기한다 이제 그만 새를 보내주어야 할 때, 2022. 5. 23. 풍성한 책방 : 이런 이야기는 좀 어지러운가 유계영 147 문학동네 시인의 말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시는 시인의 말을 쓰다가 완성해 버린 것이다. 하고 싶은 말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 단어가 바닥나버렸다.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1부 우리는 시끄럽고 앞뒤가 안 맞지 2부 손까지 씻고 다시 잠드는 사람처럼 3부 이렇게 긴 오늘은 처음입니다 4부 별 뜻 없어요 습관이에요 진술서 - 누군가 웃었던 것 같은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이어 죽음을 푹푹 퍼올린 것 같은데 기림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장이를 숨긴다 - 그는 난장이를 숨기기 위해 앞마당에 구덩이를 팠다 삶을 너무나 소중히 다룬 나머지 인간이 만들어놓은 지옥처럼 깊었다 2022. 3. 6. 풍성한 책방 : i에게 김소연 102 아침달 시인의 말 한사람이 불면의 밤마다 살아서 갈 수 있는 한쪽 끝을 향해 피로를 모르며 걸아갈 때에 한 사람은 이불을 껴안고 모로 누워 원없이 한없이 숙면을 취했다 이 두 가지 일을 한 사람의 몸으로 동시에 했던 시간이었다. Ⅰ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Ⅱ 동그란 보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Ⅲ Mean Time Between Failures 평균 고장 간격 남은 시간 中 휘파람을 불거나 씩씩대거나 꽥꽥 노래도 불렀지만 기도는 하지 않았다 야유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바깥의 우리 中 우리는 등을 보이지 않을려다 곧 얼굴을 다 잃어버렸다 기나긴 복도 中 너는 잠들지 않고 싶다 너는 꿈꾸지 않고 싶다 나는 그 심정을 모를 수가 없으나 모르고 싶다 뒷표지 우리는 서로 뒤쪽에 있으려 한다 표정은.. 2022. 2. 11. 이전 1 2 3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