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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31

풍성한 책방 :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프레데리크 에브라르·루이벨 253 다른세상 p22 아르지롤의 털은 몹시 부드러웠다. 고양이가 오히려 나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셈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위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p60 지하실의 희미한 불빛 때문에 크기와 형태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 고양이가 다리 하나를 허리춤에 얹고 있었다고 말하면 독자들은 아마 믿지 못할 것이다. 못 믿는 게 당연하다. p155 운명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불현듯 나타나 우리에게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안겨 주거나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기도 한다. 어쨌든 내가 그 순간 들이쉬는 공기는 참으로 부드러웠다. 뒷표지 우리는 매일 고양이에게 새로운 것을 배운다. 다른 사람.. 2021. 6. 18.
풍성한 책방 : 말하다 김영하 249 문학동네 1부 내면을 지켜라 p59 언어는 논리의 산물이어서 제아무리 복잡한 심경도 언어 고유의 논리에 따라, 즉 말이 되도록 적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강해지고 마음속의 공포가 그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힘을 잃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자기해방의 힘입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편견, 나약함과 비겁과 맞서는 힘이 거기에서 나옵니다. 2부 예술가로 살아라 p125 소설이라는 것은 막대기 하나 달랑 들고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숲에서 벌집을 발견하고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그 벌집에 신묘한 약효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삶아 먹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3부 엉.. 2021. 4. 16.
풍성한 책방 : 보다 파도 같은 세상에 내가 보는 것은 얼마 만큼일까 김영하 210 문학동네 p44 숙련 노동자가 비숙련 노동자로 대체되고 비숙련 노동자는 기계로 다시 대체되는 현상은 이제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 일본의 한 작가가 쓴 소설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공장에서 반복작업을 하던 젊은이가 작업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이해가 안 되네. 로봇은 고장나면 큰돈을 들여 고쳐야 하지만 나는 다쳐도 좀 쉬면 그냥 낫는데…… 게다가 건강보험도 들어 있어 치료비도 거의 안 드는데, 웬만하면 값도 싼 나를 그냥 쓰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은데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다. 비숙련 노동자는 간단하게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되고 때로는 로봇만한 대접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p93 노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 2021. 4. 2.
풍성한 책방 : 한 줄도 좋다, 그 동요 노경실 192 테오리아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p43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가는 방바닥은 물론 집 안벽이 웅웅 흔들릴 정도로 요란한 기차 바퀴 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듯 얼마나 많이 놀랐는지 모른다. 짐작조차 되지 않는 굉음의 주인공을 상상하다가 공포와 두려움에 얼굴이 파래지도록 울었다. 하지만 몇 번 눈물이 귓속으로 조르르 흘러 들어갈 정도로 울고 나서는 알았다. ‘아, 저 소리 괴물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구나.’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p66 개미는 개미를 낳는다. 메타세쿼이아는 채송화가 된 적이 없고, 호랑이가 토끼 새끼를 낳은 적도 없다. 자기 자리에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내 자리의 감사.. 2021. 3. 26.
풍성한 책방 : 이것이 좋아 저것이 싫어 눈치 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행복 사노 요코 280 마음산책 p94 만약 인생의 위기를 마주친다면 죽은 척을 합시다. 그 어떤 불행이라도 한순간 눈을 돌릴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끈질긴 불행이라도 방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한순간에 미끈미끈 달아나 살아남읍시다. p224 청춘이란 무엇이었나, 그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우왕좌왕 두리번두리번하는 것이었다. 우울해하기도 하고, 경쟁심 강하고 건방져지기도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데도 단정적으로 이 세상을 내리치기도 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듯이 문고본을 탐독하며 어두운 얼굴로 심각한 척도 하는 것인데, p261 고양이가 가엾어진다. 자신이 집들 비울 때도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사람은 구원받는다. 존재하기만 해도, 그저 있기만 해도 좋.. 2021. 1. 29.
풍성한 책방 : 생각이 실종된 어느날 베르톨트 브레히트 139 이후 p99 이해관계가 충족되어야만 하는 주된 이유는 너무 많은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뒷표지 지혜는 태도의 결과물이다 지혜가 태도의 목적은 아니기에, 누구도 태도를 흉내 냄으로써 지혜를 가질 수는 없다. “너희는 내가 먹는 것과 같은 태도로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너희가 나처럼 먹는다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말했다 생각하는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태도가 행위를 낳는다는 점이었다. 옮긴이의 말 올바른 생각은 일체의 꾸밈을 버릴 때 비로소 물꼬가 트인다. 「폭력에 맞서는 대책」은 얼핏 읽으면 비굴하다는 인상을 준다. “나는 폭력보다 더 오래 살아야만 하니까.”하는 말로 코이너 씨는 폭력에 맞서는 투사가 아닌, 폭력 앞에서 두려워 떠는 모습을 그려 보임.. 2021. 1. 13.
풍성한 책방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러나 누군가 공감을 해주면 서럽지는 않을 것이다. 박준 191 난다 들어서며 1부 2부 3부 4부 구성된 산문 집니다. 자서전적 내용이 많아서 읽는 내내 아린 마음을 가졌다. 제목들이 주는 여운을 적어본다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희고 마른 빛 내가 좋아지는 시간 알맞은 시절 극약과 극독 불친절한 노동 p141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 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 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불행하고 .. 2020. 12. 1.
풍성한 책방 : 나무야 나무야 한번 읽고 또 읽게 만든 책이다. 지붕 부터 그렸던 나에게 목수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말이었다. 신영복 158 돌베개 p12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얼음골 스승과 허준) 가고 싶은 곳에 혼자서 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해방감이었습니다. p19 우리가 헐어야 할 피라미드 (반구정과 압구정) 권력의 창출 그 자체는 잠재적 역량의 개발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p24 당신이 나무를 더 사랑하는 까닭 (소광리 소나무숲) 우리가 생각 없이 잘라내고 있는 것이 어찌 소나무만이겠습니까. p30 비극은 그 아픔을 정직한 진실로 이끌어줍니다 (허난설헌의 무덤) 개인의 진실이 그대로 역사의 진실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연마저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음으로써 대리현실을 창조하는 문화 속에서.. 2020. 11. 17.
풍성한 책방 :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버거 111 열화당 p7 자화상 모국어는 한 인간의 첫 번째 언어,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입을 통해 처음 듣게 되는 언어다. 그래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내가 묘사하려는 언어라는 생명체가 분명 여성적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아마 음성적 자궁이 있을 것이다. p13 로자를 위한 선물 당신은 종종 내가 읽고 있는 글에 등장하고, 또 가끔은 내가 써 보려고 애쓰는 글에도 등장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머리를 살짝 기울인 채 미소를 지으며 나의 작업에 동참하지요 그 어떤 책도 혹은 반복적으로 당신을 가두었던 감방들도 당신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p25 당돌함 고아는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그와 함께 어떤 특별한 기술도 익히게 된다. 그는 혼자 살아가는 프리랜서.. 2020. 11. 2.
풍성한 책방 : 읽다 김영하 219 문학동네 p29 독서는 왜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겁니다. p73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관용구는 길이 드문 시절에 만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는 ‘길을 내겠다’ ‘다리를 놔주겠다’는 선거 공약이 많았습니다. 길은 편리하지만 길을 내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귀한 일이었으니 책을 길에 비유했다는 것은 그렇게 귀한 것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구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잘 풀리지 않는 답답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구한 경험을 우리는 독자로서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길..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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