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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31

풍성한 책방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250 김영사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p33 마음 단단히 먹자. 용을 잡으러 던전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투구라도 빌려온다면 좀 침착해질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왼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며 이리저리 빛을 비춰본다. 누군가의 집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통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오래 침잠해 있던 수많은 쓰레기는 내가 들어서자 케케묵은 먼지를 일으켜 환영 인사를 건넨다. 먼지라기엔 밀도가 높아서 차라리 모래 공기라 불러야 할 것 같다. p41 부름을 받고 다다르는 곳곳에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검게 색 바랜 빈곤의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져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내 시선이 오랫동안 가난에 물들어 무엇을 봐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일까?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 2022. 6. 13.
풍성한 책방 : 틈만 나면 딴생각 정철 343 인플루엔셜 꼬리 1 늦가을 풍경에서부터 이야기 시작해봅시다 -시선 옮기기- 하나를 본다. 전후좌우로 시선을 조금씩 옮기며 그 하나 곁에 어떤 녀석들이 꿈틀대는지 살핀다. 눈에 걸려든 모든 것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꼬리 2 인간이 발명한 위해 한 혹은 위험한 녀석들 시선 비틀기- 사물 하나에 능력 하나만 심어져 있는 건 아니다. 시선을 비틀면 처음 눈에 보이는 능력과 모순된 또 다른 능력이 보인다. 둘을 나란히 놓아본다. 꼬리 3 자신을 백설공주로 착각한 토끼가 있었다는데 -파고들기- 목에 깁스를 한다. 하나에만 시선을 고정한다. 그 하나 속으로 조금씩 깊숙이 파고든다. 줄줄이 엉킨 이야기들을 고구마 뽑듯 차례로 뽑아낸다. 꼬리 4 그땐 그랬다지만 지금도 꼭 그럴까 -도둑질하기- 격언, 명.. 2022. 5. 16.
풍성한 책방 : 다정소감 김혼비 226 안온북스 2021.10 p28 편견을 갖기 쉬운 몇 가지 키워드에 의해 어떤 사람들이 ‘한 묶음’으로 정리돼버리면, 그 속에 제각각 다른 감정과 사연, 불가피한 사정과 한계가 있는 개별 인간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기 힘들어지니까. 거기에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질서를 어지럽히며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추가되면 ‘안 그런 사람들’까지 ‘그런 사람들’로 한꺼번에 묶여버리기 쉬우니까. 하지만 조금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묶음 속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p75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2022. 3. 26.
풍성한 책방 :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143 문학동네 p13 어떤 주제라도 웃음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의 희생자들 사이에도 아주 소름끼치는 웃음이 있었으리라. 유머는 두려움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다. 프로이트는 유머가 사람이 좌절했을 때 생겨나는 몇 가지 반응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p50 이쯤에서 진실을 밝혀야겠다. 사실 이건 TV 뉴스도 아닌데 뭐,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중독 사실을 부인하는 중증의 화석연료 중독이다. 그리고 금단 현상을 코앞에 둔 많은 중독자들처럼 우리 지도자들을 남아 있는 소량의 약물을 긁어모으기 위해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p84 설득력 있는 억측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거의 모든 지도력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갑자기 인류의 손.. 2022. 2. 3.
풍성한 책방 : 마음사전 김소연 319 마음산책 p29 마음에는 두 개의 귀가 있다, 듣는 귀와 거부하는 귀, 이 두 개의 귀로 겨우 소음을 견디고 살아간다. p45 감정은 세세하기 때문에 명명될 수 있지만, 기분과 느낌은 명명이 불가능하다. 감정이 한 칸의 방이라면, 기분은 한 채의 집이며, 느낌은 한 도시 전체라 할 수 있다. 감정은 반응하며, 기분은 그 반응들을 결합하며, 느낌은 그 기분들을 부감한다. p60 소망은 지니고 태어나고, 희망은 살면서 지니게 된다. 소망은 희망도 우리의 힘만으론 이루기 어렵다. 희망은 행운이 필요하고 소망은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 p82 낯설음에 대한 용서할 수 없음, 실망스러움에 대한 인정할 수 없음. 비겁함에 대한 치떨림, 거절당함에 대한 납득할 수 없음, 부당함에 대한 조건반사……. 우리.. 2021. 9. 18.
풍성한 책방 : 깃털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아스가리 132 책공장더불어 p7 나는 네게 네가 읽지 못할 편지를 쓴다 p14 우리는 고양이를 소유하지 않는다. 소유할 수 없다. 그저 흠모 할 뿐, 나는 너를 흠모했다 p25 마치 내가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것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너는 내 삶에 들어왔다. p43 사랑은 계산되지 않는다. 너는 군림했으므로 이런 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p46 나는 너의 눈동자를 통해 세상을 발견하고, 네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 p73 이 세상에 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태어나면서 삶이라는 죽음의 병에 걸린다. p88 일상의 섬세한 증인인 반려동물에 우리가 얼마나 마음으로부터 깊이 묶일 수 있는지를 고백하는 것에는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p93 예수의 죽음이든, 한 고양이의 죽.. 2021. 9. 5.
풍성한 책방 : 소란 박연준 223 난다 p59 어느 겨울밤, 비밀로 얼룩진 생각들로 한데 모아 죄다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잘못 알고 있었어요. ‘비밀’이란 도대체 버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코웃음 치며 다시 곁에 돌아와 앉더군요. 끈질기게 살아남더군요. p86 마음이 고단할 때, 어디 내장 기관 깊숙한 곳에 구멍이라도 하나 뚫린 것처럼 몸속에서 자꾸 휘파람 소리가 들릴 때 겨울 바다에 가고 싶어진다. 가서 속에 고여 있는 온갖 찌꺼기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휙, 던지고 싶다. 바다는 넙죽넙죽 폐기된 마음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투정하지 않을 것이다. p169 말은 감정과 상황과 스토리가 다 지나간 뒤에 ‘겨우’남는 찌꺼기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 말이 먼저인 경우는 없다. 말은 가장 마지막에 혼자 남은 자가 .. 2021. 8. 14.
풍성한 책방 : 아무튼, 술 김혼비 171 제철소 p33 소맥을 말 때 숟가락으로 유리잔의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는 유난스러워서 싫지만, 젓가락으로 아랫술을 윗술 쪽으로 휘젓는 소리는 좋다. 샴페인 뚜껑이 펑 하고 날아가는 소리는 무서워서 싫지만, 잔에 따라진 샴페인에서 기포가 보글대며 힘차게 움직이는 소리는 좋다. 축구를 하고 난 후 목이 탄 축구팀 언니들이 여기저기서 다급하게 맥주 캔 따는 소리는 그렇게 경쾌할 수 없고, 단숨에 들이켜지는 맥주가 목울대를 넘어가는 소리는 그렇게 호쾌할 수가 없다. p80 한 인간으로서 나름 매일매일 실존적 불안과 싸우고 있으며 누군가의 소중한 관계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라는 걸 상기시켜주는 흔적을 봐버리면 필요 이상의 사적인 감정과 알 수 없는 책임감 비슷한 감정이 생겨 곤란하다. p90 삶은.. 2021. 8. 7.
풍성한 책방 : 부지런한 사랑 이슬아 283 문학동네 p79 거울을 잘 보지 않던 아이가 문득 골똘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서는 날이었다. 10대들의 교실에서 글쓰기 교사로 일하다 보면 그런 순간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이든 별 관심 없던 시절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아이는 이제 자의식의 축복과 저주 속에서 한층 더 복잡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 눈에 비치 내 모습과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신경쓰며, 내가 바라는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를 수없이 느끼며 자라날 것이다. 누구도 변화를 늦추거나 멈출 수 없다. p153 인쇄된 글들을 앞에 두고 몹시 영민하게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짚어내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들 앞에서 생각 없이 해온 말들을 되감기했다. 그들이 통과하는 시절은 내.. 2021. 7. 23.
풍성한 책방 : 다독임 오은 277 난다 p27 단골이 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닐까. 특정 메뉴를 좋아한 것을 뛰어넘어 그 집의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마음에 담는 일, 밥을 먹는 동안만큼은 기꺼이 그 집의 식구(食口)가 되는 일. p35 사진이 남기 위해서는, 그 시간을 마음에 먼저 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p71 씀씀이가 과하면 지갑이 비고 말이 과하면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듯, 마음 또한 상대에게 너무 많이 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마음이 과하면 주는 사람도, 그것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마음에 무게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p107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수록 질문 역시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묻는 것이 두려워질수록 삶은..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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