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죽음12 풍성한 책방 :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250 김영사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p33 마음 단단히 먹자. 용을 잡으러 던전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투구라도 빌려온다면 좀 침착해질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왼손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며 이리저리 빛을 비춰본다. 누군가의 집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통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오래 침잠해 있던 수많은 쓰레기는 내가 들어서자 케케묵은 먼지를 일으켜 환영 인사를 건넨다. 먼지라기엔 밀도가 높아서 차라리 모래 공기라 불러야 할 것 같다. p41 부름을 받고 다다르는 곳곳에 가난과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검게 색 바랜 빈곤의 잎사귀가 우수수 떨어져 도처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다. 내 시선이 오랫동안 가난에 물들어 무엇을 봐도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일까? 어떤 날은 죽은 이의 우편함에 꽂힌 채 아래.. 2022. 6. 13. 풍성한 책방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329 문학동네 2021.9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p12 처음 그 꿈을 꾸었던 밤과 그 여름 새벽 사이의 사 년 동안 나는 몇 개의 사적인 작별을 했다. 어떤 것들은 나의 의지로 택했지만 어떤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며 모든 걸 걸고라도 멈추고 싶은 것이다. 오래된 여러 신앙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기록하는 거대한 거울과 같은 것이 천상이거나 명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거기 담긴 나의 지난 사 년은 껍데기에서 몸을 꺼내 칼날 위를 전진하는 달팽이 같은 무엇이었을 것이다. p44 인선이 창으로부터 눈을 돌려 나에게 말했을 때, 나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 2022. 4. 19. 풍성한 책방 : 제0호 움베르토 에코 331 열린책들 2018.11 p13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적어도 사람들 말은 그렇다. 기적은 없다고 치자. 하느님이 내 샤워기에서 물이 새는 것을 보고 걱정하실 이유는 없다. 홍해의 기적을 일으키신 하느님이 어찌 샤워기 따위에 신경을 쓰시랴.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결과에는 자연스러운 원인이 있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 한 컵을 받아서 수면을 유도하는 스틸녹스를 한 알 먹었다. 말하자면 그때까지는 물이 아직 나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p88 이날 편집 회의의 또 다른 주제는 반박에 대처하는 방안이었다. 『도마니』는 아직 독자가 없는 신문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뉴스를 싣는다 해도 그것을 놓고 반박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신문이 좋은 .. 2022. 4. 1. 풍성한 책방 :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이윤설 143 문학동네 2021.10 시인의 말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낫다. 허나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1부 슬프면 비린 게 먹고 싶어져요 2부 작게 죽자 작게 3부 어찌하여 서운하지는 않고 4부 나는 나로부터 떠나온 것이다 음향효과만으로 된 비- 은빛 날끝은 둥글게 처리되어 잔인한 의도를 감추고 있지만 무표정한 소리만의 비 내 생일 쫑파티- 저녁 공기는 맑고 시원해 자동차가 없는 도로는 가볍지 내가 걷는 길에 찍힌 다디단 발자국을 자기들이 초를 켜고 길게 쫓아와 박상수 해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우리, 슬픔을 참고 참으며 홀로 견뎌내는 우리, 왜 이런 인내가 필요하냐는 말에 시인은 대답해줍니다. 2022. 3. 26. 풍성한 책방 : 관리자들 이혁진 193 민음사 p13 현장에서도 걸핏하면 전화를 들고 사라지던 선길은 퇴근하고 들어와서도 매일 한두 시간씩 아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였고 목소리는 성가대원처럼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방에서 나는 소리가 넘어온다는 것이, 또 내 방 소리도 그렇게 넘 갈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었다. 현경은 몇 번이나 망설였다. 벽을 두르려 주의를 줄까, 가서 이야기를 할까, 하지만 그 통화만 끝나면 벽 너머는 죽은 듯 조용했고 텔레비전 소리조차 넘어오지 않았다. p48 선길의 모습은 몰골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았다. 수술뿐 아니라 일정, 집도의처럼 수술에 관한 온갖 일들까지 다 애를 태웠고 멧돼지만 기다리며 혼자 새워야 하는 밤은 오직 그렇게 애를 태우는 일에만 한없이 .. 2021. 12. 31. 풍성한 책방 : 사라진 밤 할런코벤 423 문학수첩 p18 “음주운전 테스트를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 렉스가 경찰차 쪽으로 돌아서자 데일 밀러는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 두 발을 쏘았다. 렉스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데일 밀러가 데이지에게 총구를 겨눴다. ‘저들이 돌아왔어,’데이지는 생각했다. ‘그 오랜세월이 흐른 끝에 날 찾아낸 거야.’ p27 사복 차림이긴 해도 경찰은 늘 알아볼 수 있다. 자세 때문인지 옷차림 때문인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인지 모르지만 같은 경찰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 펜실베니아주 번호판이 달려 있다. 위장 경찰차는 한눈에 봐도 경찰 차량이라는 티가 나서 마치 양쪽 옆면에 스프레이로 ‘위장 경찰차’라고 적혀 있는 듯하다. p69 나는 내 과거를 향해 반쯤 미소 짓는다. .. 2021. 10. 29. 풍성한 책방 :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310 은행나무 구단주 미쓰오는 마지못해 그곳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화가 나긴 했지만 다른 곳을 찾는 것도 성가셨다. 게다가 오늘밤 숙면을 위해서라도 당장 약이 필요했다. 업무용 자동차에 앉아 도쿄 거리를 내다보았다. 잠깐 눈여겨보지 않을 사이, 어느새 새 고층빌딩을 짓고 있었다. 정재계에서는 이것이 바로 버블이라는 걸 눈치나 채고 있을까. 지면을 통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이 모양이니 쉽사리 은퇴할 수 없는 것이다. 명문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미쓰오는 그곳에서 새로운 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은 자기 세대뿐이라며 청운의 뜻을 불태웠다. 신문기자가 된 것은 사회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부정을 폭로하고, 약자를 응원.. 2021. 10. 22. 풍성한 책방 :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199 민음사 키친 p30 방 한구석에서 숨쉬며 살아 있는, 밀려오는 그 소름끼치는 고적함, 어린애와 노인네가 애써 명랑하게 생활해도 메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기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깨닫고 말았다. 만월 p 65 열쇠를 짤랑거리며 별하늘 아래를 걷고 있자니,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길도 발치도, 잠잠히 가라앉은 건물도 모두 뜨겁고 뒤틀려 보였다. 숨이 콱 막혀, 괴로웠다. 그래서 열심히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셔 보았지만, 가슴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가늘게만 느껴졌다. 눈동자 깊이 숨어 있는 뾰족한 것이 바람에 드러나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p77 어째서 나는 이토록이나 부 엌을 사랑하는 것일까. 이상한 일이다. 호의 기억에 각인된 먼 옛날의 동경처럼.. 2021. 10. 15. 풍성한 책방 : 흰 한강 189 문학동네 p36 죽음이 매번 그녀를 비껴갔다고, 또는 그녀가 매번 죽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죽지마, 죽지 마라 제발. 그 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으로 새겨져 있으므로, 그리하여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한, 자신의 삶과 죽음을 닮은 도시로. p55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p81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 2021. 10. 8. 풍성한 책방 : 깃털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아스가리 132 책공장더불어 p7 나는 네게 네가 읽지 못할 편지를 쓴다 p14 우리는 고양이를 소유하지 않는다. 소유할 수 없다. 그저 흠모 할 뿐, 나는 너를 흠모했다 p25 마치 내가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것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너는 내 삶에 들어왔다. p43 사랑은 계산되지 않는다. 너는 군림했으므로 이런 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p46 나는 너의 눈동자를 통해 세상을 발견하고, 네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 p73 이 세상에 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태어나면서 삶이라는 죽음의 병에 걸린다. p88 일상의 섬세한 증인인 반려동물에 우리가 얼마나 마음으로부터 깊이 묶일 수 있는지를 고백하는 것에는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p93 예수의 죽음이든, 한 고양이의 죽.. 2021. 9. 5. 이전 1 2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