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소설107 풍성한 책방 : 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187 소담출판사 개와 하모니카 새하얀 머리에 보라색이 군데군데 보이는 자그마한 할머니다. 어른들은 대개 나와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거나 아니면 못 본 척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할머니는 두 가지 다 하지 않고, ~ 싫은 느낌도 으스스한 느낌도 들지 않았지만 어쩐지 이상했다. 저런 식으로 남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건 어린 아이들만 하는 거 아닌가. 침실 그리움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위화감에 가까운 압도적이리만치 신선한 감각이었다. 낮선 여자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후미히코를 잠들 아내를 내려다본다. ~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여자다. 늦여름 해 질 녘 바깥은 대기 중에 아직 밝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저녁 바람이 불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후덥지근해서 온종일 에어컨이 도는 실내에 .. 2021. 11. 19. 풍성한 책방 : 페이드 어웨이 할런 코벤 462 노블마인 p19 “이 녀석들은 큰 골칫거리야. 우리의 존재 이유가 자신들은 섬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프리마돈나들이지. 그들에게는 큰 공통점이 있는데 관리와 조정 업무를 맡은 사람들을 적으로 본다는 걸세. 우리에게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고, 이런 판에 자네가 이들에게 어떤, 그러니까 ‘기생충적 존재’로 접근한다면 말도 섞지 않으려들 걸세. 자네는 선수가 되어야만 해. 그것만이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이지.” “그러니까 그렉을 찾기 위해 저더러 팀에 합류하라는 거군요.” p103 마이런은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조와 본을 설득했다 ~ 머릿속으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부러진 곳은 없었다. 기껏해야 늑골에 멍이 들었을 것이다. 경기를 그.. 2021. 11. 12. 풍성한 책방 : 호텔선인장 에쿠니 가오리 180 소담출판사 계기 모자와 오이는 동이 틀 무렵까지 2의 방에 있었습니다. 2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술안주를 준비하고, 모자가 흘린 담뱃재도 닦아가며, 자몽 주스를 마시면서 어울렸습니다. 2에게 친한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모자와 오이는 2에 첫 방문객이었습니다. 2는 자신의 방에 손님이 있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 사람의 방 2는 머리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모자와 오이가 찾아왔을 때 무척 기뻤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갑자기 텅 비어버린 방안이 너무 쓸쓸해서 당혹스러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2는 자신이 그 두 사람의 방문을 기뻐하는 건지 불편해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지을 수 없었습니다. 도박 경마장 건물은 약간 더러움이 탄, 분홍색 .. 2021. 11. 5. 풍성한 책방 : 사라진 밤 할런코벤 423 문학수첩 p18 “음주운전 테스트를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 렉스가 경찰차 쪽으로 돌아서자 데일 밀러는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 두 발을 쏘았다. 렉스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데일 밀러가 데이지에게 총구를 겨눴다. ‘저들이 돌아왔어,’데이지는 생각했다. ‘그 오랜세월이 흐른 끝에 날 찾아낸 거야.’ p27 사복 차림이긴 해도 경찰은 늘 알아볼 수 있다. 자세 때문인지 옷차림 때문인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인지 모르지만 같은 경찰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 펜실베니아주 번호판이 달려 있다. 위장 경찰차는 한눈에 봐도 경찰 차량이라는 티가 나서 마치 양쪽 옆면에 스프레이로 ‘위장 경찰차’라고 적혀 있는 듯하다. p69 나는 내 과거를 향해 반쯤 미소 짓는다. .. 2021. 10. 29. 풍성한 책방 :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310 은행나무 구단주 미쓰오는 마지못해 그곳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화가 나긴 했지만 다른 곳을 찾는 것도 성가셨다. 게다가 오늘밤 숙면을 위해서라도 당장 약이 필요했다. 업무용 자동차에 앉아 도쿄 거리를 내다보았다. 잠깐 눈여겨보지 않을 사이, 어느새 새 고층빌딩을 짓고 있었다. 정재계에서는 이것이 바로 버블이라는 걸 눈치나 채고 있을까. 지면을 통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이 모양이니 쉽사리 은퇴할 수 없는 것이다. 명문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미쓰오는 그곳에서 새로운 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은 자기 세대뿐이라며 청운의 뜻을 불태웠다. 신문기자가 된 것은 사회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부정을 폭로하고, 약자를 응원.. 2021. 10. 22. 풍성한 책방 :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199 민음사 키친 p30 방 한구석에서 숨쉬며 살아 있는, 밀려오는 그 소름끼치는 고적함, 어린애와 노인네가 애써 명랑하게 생활해도 메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기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깨닫고 말았다. 만월 p 65 열쇠를 짤랑거리며 별하늘 아래를 걷고 있자니,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길도 발치도, 잠잠히 가라앉은 건물도 모두 뜨겁고 뒤틀려 보였다. 숨이 콱 막혀, 괴로웠다. 그래서 열심히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셔 보았지만, 가슴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가늘게만 느껴졌다. 눈동자 깊이 숨어 있는 뾰족한 것이 바람에 드러나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p77 어째서 나는 이토록이나 부 엌을 사랑하는 것일까. 이상한 일이다. 호의 기억에 각인된 먼 옛날의 동경처럼.. 2021. 10. 15. 풍성한 책방 : 흰 한강 189 문학동네 p36 죽음이 매번 그녀를 비껴갔다고, 또는 그녀가 매번 죽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죽지마, 죽지 마라 제발. 그 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으로 새겨져 있으므로, 그리하여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한, 자신의 삶과 죽음을 닮은 도시로. p55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p81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 2021. 10. 8. 풍성한 책방 : 숲 할런 코벤 535 비체 p28 잘 접어놓은 종이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펴보니 기사였다. 숨진 십대 아이들 네 명의 사진이 보였다. 여름 칼잡이의 첫 희생자들, 그들은 항상 마고 그린의 사연부터 소개했다. 그녀의 시신이 가장 먼저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그 빌링엄의 시신은 그다음 날에 발견했다. 하지만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나머지 두 명의 경우였다. 길 페레즈와 카밀의 혈흔과 찢어진 옷은 발견됐지만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p80 아버지를 떠올렸다. 숲, 그리고 삽, 어린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이내 어머니도 떠올랐다. 어머니는 가출한 이후부터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가끔 어머니를 찾아 나서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주 찾아드는 충동은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어머.. 2021. 9. 24. 풍성한 책방 : 단 한번의 시선 할런 코벤 583 비채 p18 “당신 이름은 스콧 덩컨, 나이 서른아홉, 컬럼비아 법대 졸업,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으면 지금보단 훨씬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당신은 그런 따분한 일이 싫었소, 당신은 육 개월 째 검찰청에서 일하고 있소. 당신 부모는 작년에 마이애미로 이사했소. 당신에겐 누이가 있었는데, 대학을 다니다가 죽었고.” p49 잭은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레이스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잭은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뻣뻣한 자세로 서 있었다. 고개는 떨구어져 있었다.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들뜬 모습으로 분주히 움직였을 터였다. 맥스와 마찬가지로 잭 역시 단 일 분도 잠자코 있지 못했다. 앉아 있을 때도 다리를 떠는 그였다. 언제나 .. 2021. 9. 10. 풍성한 책방 : 생쥐와 친구가 된 고양이 루이스 세풀베다 79 열린책들 p8 나는 유독 고양이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자존심도 세고, 한곳에 매여 있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p16 친구라면 당연히 충고를 해줘야 하고, 잘한 일과 못한 일을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p21 진정한 친구라면 서로의 자유를 존중해 줄 줄도 알아야 한다 p25 막스는 믹스가 가끔 산책이라도 할 수 있도록 지붕으로 이어진 통풍문을 열어 놓았다. 진정한 친구라면 상대편이 답답해하는 것이 뭔지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p30 졸지에 앞을 못 보게 된 믹스는 이제 더이상 지붕위를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p38 믹스는 누운 자세로 몸에 힘을 주었다. 눈을 감은 채 믹스는 귀를 쫑긋 세우고.. 2021. 8. 27. 이전 1 ··· 3 4 5 6 7 8 9 ··· 1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