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소설107 풍성한 책방 : 산산조각 정호승 289 시공사 어떤 수의/ 룸비니 부처님/ 참나무 이야기/ 플라타너스/ 바람과 새/ 걸레/ 숫돌/ 첨성대/ 아라연꽃/ 한 알의 밀/ 추기경의 손/ 선암사 해우소/ 진실/ 네모난 수박/ 희이마기러기/ 낙산사 동종/ 하동 송림 장승 p26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삶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야. 내일 내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살아 있는 오늘을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 수 있어. 요즘 사람들이 돈과 권력을 탐내는 것을 보면 내가 내일 죽는다는 사실을 정말 잊고 사는 것 같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말이야. p98 너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삶을 살았다. 수고했다. 걸레가 없으면 이 세상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너의 역할은 참으로 소중했다. p143 그는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 2022. 9. 26. 풍성한 책방 : 상복의 랑데부 코넬 울리치 402 엘릭시르(문학동네) 이별- 지옥에서 온 전차가 빨간 전조등을 빛내며 저쪽에서 방향을 틀어 후진했다. 무언가가 그 안으로 옮겨졌다.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는, 치워버려야 할 무언가가, 지옥의 전차 뒷문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다. 하늘로 날아가지 못하고 불발되어 쉭쉭거리며 땅바닥에서 맴도는 독립 기념일 폭죽 같은 빨간 불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모인 사람들을 시뻘건 색으로 물들였다. 그러다 애절한 하얀색을 길게 드리우며 저 멀리 사라졌다. 첫 번째 랑데부- 캐머런이 물었다. “자세히 살펴볼 만큼 한참 동안 붙들고 있지 않았습니다. 좀 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화가 났거든요. 한 번에 뽑아내서 그대로 펜치를 어깨 너머로 휘둘러 어 둠 속으로 날려버렸습니다. 눈앞.. 2022. 9. 5. 풍성한 책방 : 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301 민음사 p29 집에 돌아오자 그는 완벽하게 건강을 회복해 자잘한 약병들을 하나하나 휴지통 속에 던져 버렸다. 그는 순한 표정을 지은 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 약간 불안해 보였고 달리기를 많이 했다. 실제로 그는 다리를 단련하라는 과제를 받은 아이처럼 넓은 정원을 달리면서, 또한 성인다운 태도를 되찾으려 애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누구일까? 하지만 그것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집안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뤼도빅 자신뿐이었다. p61 크레송가 사람들은 사고 이후 뤼도빅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진짜 뤼도빅은 죽고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뤼.. 2022. 8. 29. 풍성한 책방 : 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125 문학동네 p35 천국에도 악마는 늘 있으니까.~ 가짜. 적의 앞잡이. 국민의 적. 정부에 반기를 들고 정권 전복에 표를 던질 수 있는 유형. 처리해야 할 인간이었다. 기회가 올 것이다. p63 한 손을 들어 다정한 인사를 하고 카메라들을 향해 결의에 찬 의미한 미소를 보냈다. 이제 두 눈으로 이루어진, 모자이크 형태가 아닌, 색깔이 선명한 집중된 시야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 그는 기자들 얼굴과 카메라 렌즈들을 천천히 훑어보다가 p89 많은 도표와 사진 중에서 비에 흠뻑 젖은 채 비행장 활주로에서 국기에 덮인 관들 옆에 우뚝 선 그의 사진도 있었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유출된 것이었고 분명 시계방향주의자들의 공격이었다. 출처는 확실했다. p122 우리는 어둠을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2022. 8. 15. 풍성한 책방 :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커트 보니것 242 문학동네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서- 그는 아주 잠깐 죽어서 영원을 탐험한 뒤 다시 살아나, 산 자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가장 거대한 성운만큼이나 영원한 우주의 일부라고 말할 것이다. 시간은 인간이 마음속에 더이상 살인자가 아니다. 로마- 객석 조명이 켜지고 연극이 중단되었다. 멜로디가 무대 위에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아버지를 향해 달려오더니 두 팔로 그를 힘껏 껴안았다. 나는 멜로디가 아버지에게서 풍기는 지독한 술냄새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궁금했다. “오, 아빠, 아빠, 우리아빠.” 그녀가 말했다. “또 에프터셰이브 로션을 너무 많이 바르셨네요.” 강가의 에덴동산- 하얀 돌멩이가 내리막길 아래로 또르르 굴러갔다. 그는 소녀를 자극하려는 듯, 그녀.. 2022. 8. 8. 풍성한 책방 : 기억서점 살인자를 기다리는 공간 정명섭 281 시공사 기억의 시작- 15년 전에 다친 왼쪽 발목이 욱신거렸지만 무시했다. 오래된 책을 읽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분노로 욱신거렸다. 그렇게 유명해지려고 안간힘을 쓰던 벌레 같은 인간이 갑자기 모든 걸 내려놨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15년 전- 비명을 지른 유명우는 충격으로 몇 바퀴 굴러갔다. 그 와중에도 끈 떨어진 가방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두 다리를 깔아뭉갠 차는 보닛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차를 들이받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간 차가 뒤집어질 듯 요동쳤다. 유명우는 누운 채, 상대방이 모는 자신의 차가 어두운 터널 너머로 사라지는 걸 지켜봤다. 기억하는 사람- “15년 전의 그 사건으로 제 곁을 떠난 가족이요... 2022. 7. 25. 풍성한 책방 : 엿듣는 벽 벽너머로는 들리지 않는 진실 마거릿 밀러 365 엘릭시르(문학동네) p9 벽장은 천국으로 이르는 길처럼 좁았고 가구 광택제와 염소 냄새에 더하여 콘수엘라의 몸 냄새까지 났다. 하지만 콘수엘라가 시에스타를 취하지 못한 까닭은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었다. 이 미국인 손님들이 무엇 때문에 말툼을 하는지 알아들으려고 애쓰느라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었다. p49 콘수엘라는 꾸벅꾸벅 졸다가 할리우드행 버스에 타는 꿈을 꾸었다. 별안간 버스가 멈추더니 예수처럼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문을 열고 말했다. “콘수엘라 후아니타 말다레나 곤살레스, 폐병에 걸렸군, 즉시 버스에서 내리시오.” 콘수엘라는 그의 발치에 엎드려 울면서 빌었다. 그는 냉정하게 등을 돌렸고 콘수엘라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 깨어났을 때 콘수엘라가 .. 2022. 7. 11. 풍성한 책방 : 서머싯 몸 단편선 2 서머싯 몸 425 민음사 춤꾼들- 수면에서 타오르는 화염과 그 안으로 다이빙하는 장관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 같았다. 그는 그길로 춤을 멈추었다. 너무 흥분되어 도저히 춤을 출 수가 없었다. 그는 스텔라와 상의했고, 그녀도 열의를 보였다 행복한 커플- 그가 풍기던 그 강렬한 인상을 설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의 표정에 어린 얼음장 같은 냉혹함과 그의 목소리가 선포하는 살벌한 최종 선고, 그는 더 이상 말할 의사가 없는 게 분명했다. 이후 우리는 차 안에서 내내 말이 없었다. 비둘기의 노래소리- 나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체념하는 어깻짓을 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느낀 바가 있었다. 피터는 그녀에게서 보기로 작정한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의 환영 속에는 아름다움과 흡사한 것이 있었다. 그.. 2022. 7. 4. 풍성한 책방 : 맛 로알드 달 342 교육서가 목사의 기쁨- 그는 길에서 벗어나 풀밭을 걷기 시작했다. 금화 사이를, 금화 위를 걸으며, 금화가 발에 차일 때 나는 짤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달리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성직자는 뛰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다녔다. 보기스, 냉정을 유지해라, 보기스. 서둘 것 없다. 손님- 우리는 굽이를 돌았고…… 과연 집이 나타났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앞을 뚫어져라 보았다. 정말이지 처음 몇 초간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하얀 성이 보였다. 진짜 성이었다. 높고 하얀 성이었다. 둘레에는 작은 탑과 망루, 뾰족탑들이 달려 있었다. 헐벗은 노란 산의 타는 듯이 뜨거운 산자락에 조성된 녹지 한가운데 마치 동화 속의 성처럼 서 있었다! 맛- .. 2022. 6. 20. 풍성한 책방 :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387 엘릭시르 p10 로저는 이 모임의 발기인의 자부심을 제외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에 대해 나름 근거를 갖고 있었다. 이 매력적인 범죄 연구 만찬회는 아무에게나 개방된 자리가 아니었다.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서 살인 사건에 대한 흠모의 감정을 천명한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남녀를 막론하고 자신의 범죄학적 재능이 이 모임에 훌륭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다. p57 경찰의 추론은 그릇된 게 분명했다. 이 사건은 미치광이가 어쩌다 저지른 우연한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 특정 인물이 유스터스경을 상에서 제거할 목적으로 체계적으로 꾸민 일이었고 범인에게는 범행을 저지를 뚜렷한 동기가 있는 게 분명했다. 대부분이 살인 사건이 그렇듯 이 사건 역시 동기를 찾는 것이 관건이.. 2022. 6. 6. 이전 1 2 3 4 5 6 ··· 11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