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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107

풍성한 책방 : 아몬드 손원평 263 창비 2021/1 p29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p90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생각해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 2022. 3. 19.
풍성한 책방 : 귀환 히샴 마타르 336 돌베개 p10 우리 가족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9년에 리비아를 떠났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이 리비아를 떠날 때 여덟 살 소년이었던 나와 성인이 된 지금의 나를 갈라놓은 아주 깊은 틈이 되었다. 비행기는 그 깊은 구렁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무모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내가 여태껏 애써서 익힌 기술, 곧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살아남으려고 애썼던 시간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p46 1973년 내가 세 살이 되기 전, 아버지는 유엔 대표부의 행정관직을 그만두고자 사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내면서 자신과 아내가 고향에 가고 싶어하고 두 아들을 리비아에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p8.. 2022. 3. 11.
풍성한 책방 : 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191 소담 수박향기 저녁때면 나는 늘 뒷문 옆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키가 큰 비파나무가 있고, 머리 이어진 좁은 자갈길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 길은, 그 길을 지나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후키코 씨 후키코 씨에게서는 왠지 모를 어둠의 냄새가 났다. 몸속에 깊은 우물이라도 있는 듯, 밤의 정적이라도 껴안고 있는 듯, 정체 모를 야생동물처럼 주의 깊고, 생동감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람 물의 고리 여름 시즌에만 파는 ‘물의 고리’라는 과자가 있었다. 직사각형의 노란색 양갱인데, 위에는 투명한 젤리를 얇게덧입혀고, 양갱과 젤리 사이에는 동그랗게 자른 레몬이 끼워져 있었다. 바닷가 마을 엄마 생일에도 아빠와 바다에 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박꽃을 한 아름 따서 돌아왔는데.. 2022. 3. 6.
풍성한 책방 : 첫문장 못쓰는 남자 베르나르 키리니 278 문학동네 첫문장 못 쓰는 남자 그가 앞으로 써나가게 될 모든 것은 바로 그 첫 문장에서 비롯될 것이고, 따라서 첫 문장을 잘못 시작했다가는 책 전체가 망가져버릴 게 틀림없었다. 첫 문장은 든든한 바위여야 했고, 모든 것을 그 위에 안정하게 구축해나갈 수 있는 견고한 화강암이어야 했다. 침입자 나는 길모퉁이에 숨어 망원경으로 마을 보면서 몇 번이나 그를 현장에서 포착하려 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그는 나의 모든 전략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자신의 시간을 관리했으며, 자신의 목표들을 반드시 이루어냈다. 투명인간 혹은 천재적인 예지력의 소유자인 그 침입자는 뭔가 초자연적인 데가 있었다. 거짓말 주식회사 때때로 나는 그의 거짓말하는 버릇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 2022. 1. 21.
풍성한 책방 : 지구끝의 사람들 루이스 세풀베다 160 열린책들 p19 푼타 아레나스는 브룬스윅 반도의 서쪽 해안에 돌출 한 곳이었다. 한편, 그 너비가 대략 20마일에 이르는 마젤란 해협 반대편은 티에라 델 푸에고가 시작되고, 그곳에서 조금 더 남쪽에는 폭이 무려 70마일이나 되는 이누틸 만이 해협 안쪽으로 호수 형태를 띠고 있다. p24 산티아고에서 반복된 일과로 방학을 보내고 있을 친구들을 떠올렸다. ~ 나는 채 2주일도 지나지 않는 기간에 선원 생활도 해보았고 손바닥에 못이 박였지만 마젤란 해협을 통과했으며, 그 덕분에 돈도 벌어 지구 끝 세계에서 이렇게 양고기를 뜯고 있지않는가. p34 〈에반헬리스타 호〉가 출항한 것은 먼동이 틀 무렵이었다. p36 배에서 본 나무등걸 형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022. 1. 14.
풍성한 책방 : 복수의 여신 애거서 크리스티 332 황금가지 서장 암호명과 네메시스 마플 양, 조사에 착수하다 에스더 월더스 저승에서 온 편지 사랑 초대 세 자매 폴리고넘 발드슈아니컴 “오! 사랑스러워라, 오! 아름다워라, 지나간 날들.” 사고 고문 검은색과 빨간색 체크무늬 브로드립 씨, 의문을 품다 베러티 심리 마플 양, 방문하다 작별 인사를 나누다 마들 양, 생각을 하다 시계, 3시를 울리다 마풀 양,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다 결론 37~38p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정의에 관한 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소, 다시 말해 범죄에 대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특정한 범죄 사건 하나를 조사해 주셨으면 하오, 내가 당신 앞으로 남겨 둔 돈이 있소, 만약 내 요청을 수락하고, 이 범죄 사건을 조사한.. 2022. 1. 8.
풍성한 책방 : 관리자들 이혁진 193 민음사 p13 현장에서도 걸핏하면 전화를 들고 사라지던 선길은 퇴근하고 들어와서도 매일 한두 시간씩 아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였고 목소리는 성가대원처럼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방에서 나는 소리가 넘어온다는 것이, 또 내 방 소리도 그렇게 넘 갈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없었다. 현경은 몇 번이나 망설였다. 벽을 두르려 주의를 줄까, 가서 이야기를 할까, 하지만 그 통화만 끝나면 벽 너머는 죽은 듯 조용했고 텔레비전 소리조차 넘어오지 않았다. p48 선길의 모습은 몰골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았다. 수술뿐 아니라 일정, 집도의처럼 수술에 관한 온갖 일들까지 다 애를 태웠고 멧돼지만 기다리며 혼자 새워야 하는 밤은 오직 그렇게 애를 태우는 일에만 한없이 .. 2021. 12. 31.
풍성한 책방 : 별을 읽는 루이스 세오 마이코 271 소미미디어 니베아 크림 “뭐지…… 이 냄새.” 아이가 내 쪽으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 샴푸향이 아니면 점심때 먹은 유부 우동 냄새인가? “왠지 이 냄새가 너무 좋아요, 안심이 돼요. 아주 옛날에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 냄새.” “옛날에?” “네, 생각은 잘 안 나는데, 자기 전에 슬플 때나 항상이 냄새가 옆에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옛날에.” 패밀리 센터 함께 외출하기에는 그런 장소가 제일 좋다. 둘이 생활하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사러 가기,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소소한 것들로 우리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근사한 데이트로 좋지만 과한 건 지친다. 우리 관계는 이제 그런 단계까지 발전했다. “영화관이나 바다나 유원지 같.. 2021. 12. 18.
풍성한 책방 : 거인 스테판아우스 뎀 지펜 225 바다출판사 “낙인찍히지 않은 자들을 경계하라.” 리히텐베르크 1부 대들보 별명이 틸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잘 나타내긴 했다.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큰 키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의 직업까지도 넌지시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틸만의 아버지는 나골츠하우젠 시에서 아주 유명한 기와장이였다. 사슬 틸만은 아버지의 뜻에 순응했다. 언젠가 기와장이가 될 거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길어었다. ‘뵐칭거와 아들들’이라는 상호 자체가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그걸 요구하고 있었다. 프란치 파티에서 프란치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지켜 본 틸만은 그녀가 꽤 단순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루 온종일, 혹은 밤새도록 함께 있다가 헤어질 때면 문득 프란치.. 2021. 12. 10.
풍성한 책방 :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249 민음사 p35 권총은 핀의 손에 있었고 핀은 그걸 아무에게도 주지 않은 것이며 그걸 갖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기가 무시무시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다. 그러면 모두들 그에게 복종할 것이다. 진짜 권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놀라운 놀이들, 그 어떤 아이도 해 보지 못했던 굉장한 놀이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78 이 권총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총알을 어떻게 넣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이걸 손에 들고 있으면 분명 총살당할 것이다. 그는 권총집에 다시 총을 넣고 돌과 흙과 풀로 잘 덮었다. 이제 그는 되는대로 들판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p102 적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핀에게..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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