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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책방 : 이런 이야기는 좀 어지러운가 유계영 147 문학동네 시인의 말 마지막 페이지에 수록된 시는 시인의 말을 쓰다가 완성해 버린 것이다. 하고 싶은 말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 단어가 바닥나버렸다.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1부 우리는 시끄럽고 앞뒤가 안 맞지 2부 손까지 씻고 다시 잠드는 사람처럼 3부 이렇게 긴 오늘은 처음입니다 4부 별 뜻 없어요 습관이에요 진술서 - 누군가 웃었던 것 같은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이어 죽음을 푹푹 퍼올린 것 같은데 기림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장이를 숨긴다 - 그는 난장이를 숨기기 위해 앞마당에 구덩이를 팠다 삶을 너무나 소중히 다룬 나머지 인간이 만들어놓은 지옥처럼 깊었다 2022. 3. 6.
풍성한 책방 : 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191 소담 수박향기 저녁때면 나는 늘 뒷문 옆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키가 큰 비파나무가 있고, 머리 이어진 좁은 자갈길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 길은, 그 길을 지나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후키코 씨 후키코 씨에게서는 왠지 모를 어둠의 냄새가 났다. 몸속에 깊은 우물이라도 있는 듯, 밤의 정적이라도 껴안고 있는 듯, 정체 모를 야생동물처럼 주의 깊고, 생동감이라고는 거의 없는 사람 물의 고리 여름 시즌에만 파는 ‘물의 고리’라는 과자가 있었다. 직사각형의 노란색 양갱인데, 위에는 투명한 젤리를 얇게덧입혀고, 양갱과 젤리 사이에는 동그랗게 자른 레몬이 끼워져 있었다. 바닷가 마을 엄마 생일에도 아빠와 바다에 갔다. 엄마가 좋아하는 박꽃을 한 아름 따서 돌아왔는데.. 2022. 3. 6.
풍성한 책방 : 미디어 윤리 이재진 95 커뮤니케이션북스 들어가는 글 미디어 윤리는 한마디로 언론으로서 외적 독립의 근거이고 내적 생존의 결정적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에는 언론다운 언론의 사회적 역할 뿐만 아니라 언론 자체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윤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01 언론윤리강령 언론 조직으로서 사회적 기능과 역할 그리고 의무의 서술적인 약속이자 규범이다. 02 인터넷 언론의 윤리 최근 인터넷 언론의 수가 급증하면서 인터넷 언론의 잘못된 보도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우려와 함께 진정한 언론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인터넷 언론도 기존의 언론과 유사한 ‘윤리기구’나 ‘윤리강령’이 요구되어왔다. 03 엠바고 저널리즘 영역에서 엠바고란 취재원과 합의를 .. 2022. 2. 27.
풍성한 책방 : 정보자본 백운인 95 커뮤니케이션북스 들어가는 글 정보자본주의는 새로운 기업들 간에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한다. 정보자본주의 기업들은 협력과 경쟁, 혁신과 도태 속에서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새로움에 그쳐서는 안 되고 새로움을 다시 새롭게 하는 무한 혁신의 굴레 속에서 기술과 문화가 섞이고, 사람과 기계가 서로 공생한다. 01 IBM 냉전기에 국방용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과 자본을 축적한 IBM은 1980년대에는 PC 아키텍처를 공개해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02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004를 개발한 이후 x86계열의 CPU 개발을 통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발전을 주도해 왔다. 03 마이크로소프트 IBM PC 호환용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계 DOS와 윈도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회사다. .. 2022. 2. 18.
풍성한 책방 : 브레히트, 서사극,낯설게 하기 수법 이상일 230 푸른사상 서론 서사극의 재발견 제1장 브레히트의 생애 제2장 서사극의 ‘낯설게 하기’ 수법이란 무엇인가 서사극은 영화 필름의 영상처럼 한 쇼트씩 진행된다. 그 기본형식은 서로 판이하게 다른 상황과 상황과의 충돌에 의한 쇼크라는 형식이다. 노래나 자막이나 낡은 관습 같은 것이 하나의 시추에이션을 다른 상황에 대해 두드러지게 하고 낯설게하고 이화(異化)시키며 소격(疏隔) 시킨다. 그 결과 관객들의 환상을 손상시키는 인터벌(틈)이 생기고 감정이입을 준비하고 있던 관객들의 호흡은 중단된다. 제3장 브레히트 민중극의 성격과 코스몰로지 고대 심상이나 사유를 우주창생과 천지창조에 대한 신화적 위계질서 부여의 코스몰로지(宇宙論)로 간주하고 세속적 질서의 중압 끝에 다시 신년, 혹은 계절의 고비마다 신성한.. 2022. 2. 18.
풍성한 책방 : i에게 김소연 102 아침달 시인의 말 한사람이 불면의 밤마다 살아서 갈 수 있는 한쪽 끝을 향해 피로를 모르며 걸아갈 때에 한 사람은 이불을 껴안고 모로 누워 원없이 한없이 숙면을 취했다 이 두 가지 일을 한 사람의 몸으로 동시에 했던 시간이었다. Ⅰ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Ⅱ 동그란 보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Ⅲ Mean Time Between Failures 평균 고장 간격 남은 시간 中 휘파람을 불거나 씩씩대거나 꽥꽥 노래도 불렀지만 기도는 하지 않았다 야유를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바깥의 우리 中 우리는 등을 보이지 않을려다 곧 얼굴을 다 잃어버렸다 기나긴 복도 中 너는 잠들지 않고 싶다 너는 꿈꾸지 않고 싶다 나는 그 심정을 모를 수가 없으나 모르고 싶다 뒷표지 우리는 서로 뒤쪽에 있으려 한다 표정은.. 2022. 2. 11.
풍성한 책방 :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143 문학동네 p13 어떤 주제라도 웃음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의 희생자들 사이에도 아주 소름끼치는 웃음이 있었으리라. 유머는 두려움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다. 프로이트는 유머가 사람이 좌절했을 때 생겨나는 몇 가지 반응 중 하나라고 말한 바 있다. p50 이쯤에서 진실을 밝혀야겠다. 사실 이건 TV 뉴스도 아닌데 뭐,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중독 사실을 부인하는 중증의 화석연료 중독이다. 그리고 금단 현상을 코앞에 둔 많은 중독자들처럼 우리 지도자들을 남아 있는 소량의 약물을 긁어모으기 위해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p84 설득력 있는 억측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거의 모든 지도력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갑자기 인류의 손.. 2022. 2. 3.
풍성한 책방 : 악몽수집가 글.그림 엄주 145 아침달 진실을 비추는 손전등 특수한 조명이 달린 이 손전등은 악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조명이 되기도 한다. 머릿속의 꿈을 손전등으로 인화하여 볼 수 있다. 손전등의 밝기는 총 5단계로 설계되어 있어 잔인하거나 흉측한 악몽은 희미하게 비추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억을 금세 잊게 하는 향수 시트러스 향을 지녔으며 머리맡에 은은히 뿌려줘야 효과적이다. 자고 일어나 악몽을 복기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특효약이며, 환한 낮에는 효과가 없는 대신 졸음이 쏟아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현실에 기반한 악몽을, 비현실적인 꿈으로 바꿔주는 손목시계 금은방에서는 고물 취급할 만큼 허름한 손목시계지만, 악몽을 꾸는 사람에게 채워주면 어린아이의 상상력처럼 비현실적이고 미소를 짓게 만드는 꿈으로 바꿔준.. 2022. 1. 28.
풍성한 책방 : 첫문장 못쓰는 남자 베르나르 키리니 278 문학동네 첫문장 못 쓰는 남자 그가 앞으로 써나가게 될 모든 것은 바로 그 첫 문장에서 비롯될 것이고, 따라서 첫 문장을 잘못 시작했다가는 책 전체가 망가져버릴 게 틀림없었다. 첫 문장은 든든한 바위여야 했고, 모든 것을 그 위에 안정하게 구축해나갈 수 있는 견고한 화강암이어야 했다. 침입자 나는 길모퉁이에 숨어 망원경으로 마을 보면서 몇 번이나 그를 현장에서 포착하려 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그는 나의 모든 전략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고,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자신의 시간을 관리했으며, 자신의 목표들을 반드시 이루어냈다. 투명인간 혹은 천재적인 예지력의 소유자인 그 침입자는 뭔가 초자연적인 데가 있었다. 거짓말 주식회사 때때로 나는 그의 거짓말하는 버릇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았.. 2022. 1. 21.
풍성한 책방 : 지구끝의 사람들 루이스 세풀베다 160 열린책들 p19 푼타 아레나스는 브룬스윅 반도의 서쪽 해안에 돌출 한 곳이었다. 한편, 그 너비가 대략 20마일에 이르는 마젤란 해협 반대편은 티에라 델 푸에고가 시작되고, 그곳에서 조금 더 남쪽에는 폭이 무려 70마일이나 되는 이누틸 만이 해협 안쪽으로 호수 형태를 띠고 있다. p24 산티아고에서 반복된 일과로 방학을 보내고 있을 친구들을 떠올렸다. ~ 나는 채 2주일도 지나지 않는 기간에 선원 생활도 해보았고 손바닥에 못이 박였지만 마젤란 해협을 통과했으며, 그 덕분에 돈도 벌어 지구 끝 세계에서 이렇게 양고기를 뜯고 있지않는가. p34 〈에반헬리스타 호〉가 출항한 것은 먼동이 틀 무렵이었다. p36 배에서 본 나무등걸 형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02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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