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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책방 : 사라진 밤 할런코벤 423 문학수첩 p18 “음주운전 테스트를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 렉스가 경찰차 쪽으로 돌아서자 데일 밀러는 총을 꺼내 그의 뒤통수에 두 발을 쏘았다. 렉스는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데일 밀러가 데이지에게 총구를 겨눴다. ‘저들이 돌아왔어,’데이지는 생각했다. ‘그 오랜세월이 흐른 끝에 날 찾아낸 거야.’ p27 사복 차림이긴 해도 경찰은 늘 알아볼 수 있다. 자세 때문인지 옷차림 때문인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무언가 때문인지 모르지만 같은 경찰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 펜실베니아주 번호판이 달려 있다. 위장 경찰차는 한눈에 봐도 경찰 차량이라는 티가 나서 마치 양쪽 옆면에 스프레이로 ‘위장 경찰차’라고 적혀 있는 듯하다. p69 나는 내 과거를 향해 반쯤 미소 짓는다. .. 2021. 10. 29.
풍성한 책방 :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310 은행나무 구단주 미쓰오는 마지못해 그곳까지 찾아가기로 했다. 화가 나긴 했지만 다른 곳을 찾는 것도 성가셨다. 게다가 오늘밤 숙면을 위해서라도 당장 약이 필요했다. 업무용 자동차에 앉아 도쿄 거리를 내다보았다. 잠깐 눈여겨보지 않을 사이, 어느새 새 고층빌딩을 짓고 있었다. 정재계에서는 이것이 바로 버블이라는 걸 눈치나 채고 있을까. 지면을 통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이 모양이니 쉽사리 은퇴할 수 없는 것이다. 명문 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미쓰오는 그곳에서 새로운 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앞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은 자기 세대뿐이라며 청운의 뜻을 불태웠다. 신문기자가 된 것은 사회에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치가의 부정을 폭로하고, 약자를 응원.. 2021. 10. 22.
풍성한 책방 :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199 민음사 키친 p30 방 한구석에서 숨쉬며 살아 있는, 밀려오는 그 소름끼치는 고적함, 어린애와 노인네가 애써 명랑하게 생활해도 메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기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깨닫고 말았다. 만월 p 65 열쇠를 짤랑거리며 별하늘 아래를 걷고 있자니,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길도 발치도, 잠잠히 가라앉은 건물도 모두 뜨겁고 뒤틀려 보였다. 숨이 콱 막혀, 괴로웠다. 그래서 열심히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셔 보았지만, 가슴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가늘게만 느껴졌다. 눈동자 깊이 숨어 있는 뾰족한 것이 바람에 드러나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p77 어째서 나는 이토록이나 부 엌을 사랑하는 것일까. 이상한 일이다. 호의 기억에 각인된 먼 옛날의 동경처럼.. 2021. 10. 15.
풍성한 책방 : 흰 한강 189 문학동네 p36 죽음이 매번 그녀를 비껴갔다고, 또는 그녀가 매번 죽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죽지마, 죽지 마라 제발. 그 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으로 새겨져 있으므로, 그리하여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한, 자신의 삶과 죽음을 닮은 도시로. p55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p81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 2021. 10. 8.
풍성한 책방 : 꽃사과 꽃이 피었다 황인숙 173 문학세계사 1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2 슬픔이 나를 깨운다 3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4 나는 침울한, 소중한 이여 5 자명한 산책 6 리스본行 야간열차 부푼 돛 중 바람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돛처럼 부풀고 설렌다 가을날 중 죽음이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도 속에서 질겨지는 시체들을. 뒷표지 박혜경 문학평론가 오랫동안 황인숙의 시들은 내 마음속에 발랄함과 경쾌함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왔다. 이를 테면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바람부는 날이면)와 같은 시에서 느껴지는 경쾌하게 솟구치는 희열감 같은 것 말이다. 황인숙의 시에서 이러한 희열감은 종종 시인의 몸, 혹은 사물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약동하는 소리.. 2021. 10. 1.
풍성한 책방 : 숲 할런 코벤 535 비체 p28 잘 접어놓은 종이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펴보니 기사였다. 숨진 십대 아이들 네 명의 사진이 보였다. 여름 칼잡이의 첫 희생자들, 그들은 항상 마고 그린의 사연부터 소개했다. 그녀의 시신이 가장 먼저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그 빌링엄의 시신은 그다음 날에 발견했다. 하지만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나머지 두 명의 경우였다. 길 페레즈와 카밀의 혈흔과 찢어진 옷은 발견됐지만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p80 아버지를 떠올렸다. 숲, 그리고 삽, 어린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이내 어머니도 떠올랐다. 어머니는 가출한 이후부터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가끔 어머니를 찾아 나서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주 찾아드는 충동은 아니지만, 아주 오랫동안 어머.. 2021. 9. 24.
풍성한 책방 : 마음사전 김소연 319 마음산책 p29 마음에는 두 개의 귀가 있다, 듣는 귀와 거부하는 귀, 이 두 개의 귀로 겨우 소음을 견디고 살아간다. p45 감정은 세세하기 때문에 명명될 수 있지만, 기분과 느낌은 명명이 불가능하다. 감정이 한 칸의 방이라면, 기분은 한 채의 집이며, 느낌은 한 도시 전체라 할 수 있다. 감정은 반응하며, 기분은 그 반응들을 결합하며, 느낌은 그 기분들을 부감한다. p60 소망은 지니고 태어나고, 희망은 살면서 지니게 된다. 소망은 희망도 우리의 힘만으론 이루기 어렵다. 희망은 행운이 필요하고 소망은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 p82 낯설음에 대한 용서할 수 없음, 실망스러움에 대한 인정할 수 없음. 비겁함에 대한 치떨림, 거절당함에 대한 납득할 수 없음, 부당함에 대한 조건반사……. 우리.. 2021. 9. 18.
풍성한 책방 : 단 한번의 시선 할런 코벤 583 비채 p18 “당신 이름은 스콧 덩컨, 나이 서른아홉, 컬럼비아 법대 졸업,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으면 지금보단 훨씬 많은 돈을 벌었겠지만 당신은 그런 따분한 일이 싫었소, 당신은 육 개월 째 검찰청에서 일하고 있소. 당신 부모는 작년에 마이애미로 이사했소. 당신에겐 누이가 있었는데, 대학을 다니다가 죽었고.” p49 잭은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레이스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잭은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뻣뻣한 자세로 서 있었다. 고개는 떨구어져 있었다.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들뜬 모습으로 분주히 움직였을 터였다. 맥스와 마찬가지로 잭 역시 단 일 분도 잠자코 있지 못했다. 앉아 있을 때도 다리를 떠는 그였다. 언제나 .. 2021. 9. 10.
풍성한 책방 :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박연준 132 문학동네 시인의 말 꽃은 자신이 왜 피는지 모른다. 모르고 핀다. 아버지는 戰場이었다. 나는 그가 뽑아 든 무딘 칼, 그는 나를 사용할 줄 몰랐으므로 나는 빛나려다, 말았다. 56년 동안‘蘭中日記’를 써오다 지난 가을 잠드신 나의 아버지께 삼가, 시집을 바친다. 1부 실은 너무 많이 해서 눈 감고도 하는 일 2부 창백한 잠 3부 푸른증발 4부 소문들 환절기 中 지나치게 묽어지는 새벽을 걱정했다 p129 해설 中 그녀의 시는 끝내 접지 못한 마음이 활짝 핀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게 담을 넘어 꽃잎처럼 날아간다. 그녀는 자신의 시가 날아가다 사라져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많은 이들의 마음에 그녀의 시가 도착할 것이라고 믿는다. 2021. 9. 5.
풍성한 책방 : 깃털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아스가리 132 책공장더불어 p7 나는 네게 네가 읽지 못할 편지를 쓴다 p14 우리는 고양이를 소유하지 않는다. 소유할 수 없다. 그저 흠모 할 뿐, 나는 너를 흠모했다 p25 마치 내가 너를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것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너는 내 삶에 들어왔다. p43 사랑은 계산되지 않는다. 너는 군림했으므로 이런 일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p46 나는 너의 눈동자를 통해 세상을 발견하고, 네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 p73 이 세상에 오는 순간부터, 우리는 태어나면서 삶이라는 죽음의 병에 걸린다. p88 일상의 섬세한 증인인 반려동물에 우리가 얼마나 마음으로부터 깊이 묶일 수 있는지를 고백하는 것에는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p93 예수의 죽음이든, 한 고양이의 죽..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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