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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책방 : 채식주의자 한강 247 창비 채식주의자 p18 꿈을 꿨어, 라고 아내는 두 번 말했다. 달리는 차장 너머, 터널의 어둠 위로 그녀의 얼굴이 스쳐갔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 얼굴은 낯설었다. 그러나 거래처 사람에게 둘러댈 변명과 오늘 소개할 시안을 삼십 분 안에 정리해내야 했으므로, 더 이상 아내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p43 이제는 오 분 이상 잠들지 못해. 설핏 의식이 나가자마자 꿈이야. 아니, 꿈이라도 할 수 없어. 짧은 장면들이 단속적으로 덮쳐와. 번들거리는 짐승의 눈, 피의 형사, 파헤쳐진 두개골, 그리고 다시 맹수의 눈, 내 뱃속에서 올라온 것 같은 눈, 떨면서 눈을 뜨면 내 손을 확인해. 내 손톱이 아직 부드러운지, 내 이빨이 아직 온순한지. p60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2022. 4. 19.
풍성한 책방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329 문학동네 2021.9 1부 새 2부 밤 3부 불꽃 p12 처음 그 꿈을 꾸었던 밤과 그 여름 새벽 사이의 사 년 동안 나는 몇 개의 사적인 작별을 했다. 어떤 것들은 나의 의지로 택했지만 어떤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며 모든 걸 걸고라도 멈추고 싶은 것이다. 오래된 여러 신앙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기록하는 거대한 거울과 같은 것이 천상이거나 명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거기 담긴 나의 지난 사 년은 껍데기에서 몸을 꺼내 칼날 위를 전진하는 달팽이 같은 무엇이었을 것이다. p44 인선이 창으로부터 눈을 돌려 나에게 말했을 때, 나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 2022. 4. 19.
풍성한책방풍성한나들이 : 더숲 초소책방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오후에 나들이 목적지는 인왕산 더숲 초소책방 경복궁에 2번 출구에서 출발해서 갑자기 허기져서 자장면을 먹고 기운을 차려서 골목을 걷다가 윤동주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인왕산 자락을 지나면서 오늘만 볼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문무대에서 남산타워를 찾았다.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작가의 그림책이들이 보였다. 조명으로 변한 책방을 찍었는데 관리 아저씨의 모습도 함께 찍혔다. 내려오는 길에 풍성한 달을 만났다. 올라갈 때와 다르게 드문드문 보이는 인적이 기분이 묘했다. 2022. 4. 16.
풍성한 책방 : 징기스 콘의 춤 로맹가리 368 마음산책 1부 디부크 p13 내 이름은 콘, 징기스콘이다. 물론 징기스는 별명이다. 모이셔가 본명이지만 나처럼 웃기는 녀석에겐 징기스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린다. 나는 유대인 희극배우다. p50 우리 유대인들인 엄격하고 인정사정없는 신을 믿는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연민에 무감각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세상 모든사람들이 그렇듯 하느님께서도 방심하는 때가 있다. 그분도 간혹 어떤 사람을 잊어버리기도 하며 그것이 행복한 삶 하나를 만든다. p83 나는 웃음소리를 듣지만, 그가 웃는 것인지 내가 웃는 것인지 모르겠다. 심지어 우리 둘 중 누가 생각을 하고, 누가 말을 하고, 누가 괴로워하고, 누가 잠을 자는지 모를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샤츠는 자신이.. 2022. 4. 15.
풍성한 책방 : 지리의 힘 팀 마샬 367 사이 앞표지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1. 중국,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다- 중국의 기업들과 노동자들도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군대도 슬그머니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큰 힘에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중국은 오직 미국만이 전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면 언젠가는 중국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다. 중국 노동자들 다수가 연루된 자연재해나 테러 또는 인질 사건이 발생한다면 중국 정부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전 세계와 상대하는 중국은 인권문제로 인해 주눅이 들거나 외교적, 경제적으로 휘둘리지 않는다. 2. 미국, 지리적 축복과 전략적 영토 구입으로 최강국이 되다- 미국.. 2022. 4. 9.
풍성한 책방 : 제0호 움베르토 에코 331 열린책들 2018.11 p13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적어도 사람들 말은 그렇다. 기적은 없다고 치자. 하느님이 내 샤워기에서 물이 새는 것을 보고 걱정하실 이유는 없다. 홍해의 기적을 일으키신 하느님이 어찌 샤워기 따위에 신경을 쓰시랴.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결과에는 자연스러운 원인이 있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 한 컵을 받아서 수면을 유도하는 스틸녹스를 한 알 먹었다. 말하자면 그때까지는 물이 아직 나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p88 이날 편집 회의의 또 다른 주제는 반박에 대처하는 방안이었다. 『도마니』는 아직 독자가 없는 신문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뉴스를 싣는다 해도 그것을 놓고 반박할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신문이 좋은 .. 2022. 4. 1.
풍성한 책방 : 누가 지금 내 생각을 하는가 이윤설 143 문학동네 2021.10 시인의 말 온 것이 안 온 것보다 낫다. 허나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1부 슬프면 비린 게 먹고 싶어져요 2부 작게 죽자 작게 3부 어찌하여 서운하지는 않고 4부 나는 나로부터 떠나온 것이다 음향효과만으로 된 비- 은빛 날끝은 둥글게 처리되어 잔인한 의도를 감추고 있지만 무표정한 소리만의 비 내 생일 쫑파티- 저녁 공기는 맑고 시원해 자동차가 없는 도로는 가볍지 내가 걷는 길에 찍힌 다디단 발자국을 자기들이 초를 켜고 길게 쫓아와 박상수 해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우리, 슬픔을 참고 참으며 홀로 견뎌내는 우리, 왜 이런 인내가 필요하냐는 말에 시인은 대답해줍니다. 2022. 3. 26.
풍성한 책방 : 다정소감 김혼비 226 안온북스 2021.10 p28 편견을 갖기 쉬운 몇 가지 키워드에 의해 어떤 사람들이 ‘한 묶음’으로 정리돼버리면, 그 속에 제각각 다른 감정과 사연, 불가피한 사정과 한계가 있는 개별 인간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기 힘들어지니까. 거기에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질서를 어지럽히며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추가되면 ‘안 그런 사람들’까지 ‘그런 사람들’로 한꺼번에 묶여버리기 쉬우니까. 하지만 조금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묶음 속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p75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2022. 3. 26.
풍성한 책방 : 아몬드 손원평 263 창비 2021/1 p29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p90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생각해보면 할멈이 엄마에게 바란 것도 평범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엄마.. 2022. 3. 19.
풍성한 책방 : 귀환 히샴 마타르 336 돌베개 p10 우리 가족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9년에 리비아를 떠났다.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이 리비아를 떠날 때 여덟 살 소년이었던 나와 성인이 된 지금의 나를 갈라놓은 아주 깊은 틈이 되었다. 비행기는 그 깊은 구렁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무모한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내가 여태껏 애써서 익힌 기술, 곧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살아남으려고 애썼던 시간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p46 1973년 내가 세 살이 되기 전, 아버지는 유엔 대표부의 행정관직을 그만두고자 사표를 제출했다. 사직서를 내면서 자신과 아내가 고향에 가고 싶어하고 두 아들을 리비아에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사실이었지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p8..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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