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소설61 풍성한 책방 : 말하다 김영하 249 문학동네 1부 내면을 지켜라 p59 언어는 논리의 산물이어서 제아무리 복잡한 심경도 언어 고유의 논리에 따라, 즉 말이 되도록 적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강해지고 마음속의 공포가 그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힘을 잃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자기해방의 힘입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편견, 나약함과 비겁과 맞서는 힘이 거기에서 나옵니다. 2부 예술가로 살아라 p125 소설이라는 것은 막대기 하나 달랑 들고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숲에서 벌집을 발견하고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그 벌집에 신묘한 약효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삶아 먹는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3부 엉.. 2021. 4. 16. 풍성한 책방 :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107 열린책들 p37 재규어 나웰이 어디서 이 녀석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이 어린 녀석이 깊은 산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네. 그러니까 라콘, 즉 죽음의 달콤한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몬웬, 즉 삶에 대한 강한 충직함을 보여 주었다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이 녀석을 우리말로 충직하다는 뜻을 지닌 아프마우라라고 부르기로 했다네. p62 나는 우리 안에 갇혀 지내거나 숲을 밀어 버린 커다란 쇳덩이 괴물의 몸에 묶인 채, 여러 번의 짧은 여름과 끝날 것 같지 않던 긴 겨울을 보냈다. 거기서 내가 할 일이라곤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짖어 대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답답한 생활에 숨통을 틔워준 뜻밖의 .. 2021. 3. 19. 풍성한 책방 :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단어들이 갖고있는 상징을 생각하다 우리에게는 어떤 상징들이 존재하는지 찾게 된다 셰인 존스 174 세계사 옮긴이이 말 셰인 존스의 언어는 엄정한 과학의 언어가 아니라 자유로운 시의 언어다. 그의 언어는 가슴을 겨냥하며, 그림 같은 인상을 준다.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이미지들을 펼쳐진다. 각각의 이미지를 파악하는 것을 불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마음속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감각적으로 이해되는 순간의 쾌감,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이 책은 우화다. 자유와 억압의 대립, 창조적 정신과 음울한 억압의 대립에 대한 알레고리다. p 128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가 있는 집으로 향하기 전에 숲속에서 기다렸다. 2월은 문을 열고 소녀에게 부스러진 .. 2021. 2. 12. 풍성한 책방 : 문맹 ‘자서전적이야기’라는 앞표지의 활자가 짧은 글이지만 긴장하고 읽으라는 힌트를 주는 말이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삶을 지탱하는 중심에 선 칼날 같은 삶 아고타 크리스토프 127 한계레출판 목차 시작 말에서 글쓰기로 시 어릿광대짓 모국어와 적어敵語 스탈린의 죽음 기억 제자리에 있지 않는 사람들 사막 우리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문맹 다 읽은 후 목차를 보면서 다시 이야기를 되뇌어 보았다. p9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종이 쪼가리, 요리 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나는 네 살이다. 전쟁이 막 시작됐다. 옮긴이의 말 운명이 쥐여준 언어를 단도처럼 가슴에 품은 채, 두 눈을 뜨고 태양이 솟는 .. 2021. 1. 7. 풍성한 책방 :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355 현대문학 p21 후지오 마사야는 나와 히다카와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동창이라는 인연이 있어서 히다카도 그에 대해 소설을 쓸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다만 이 소설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즉, 작품속에 후지오 마사야로서는 그다지 명예롭다고 할 수 없는 일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가 중학교 시절에 저지른 수많은 악행에 대해 히다카는 거의 사실 그대로 소설 속에 써놓았다. 등장인물의 이름이야 물론 다르지만, 그 부분만 읽어보면 나처럼 후지오 나사야를 아는 사람은 도저히 픽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또한 후지오 마사야가 창녀의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는 대목도 완전히 실제 사전 그대로였다. p114 “기소까지는 시간이 더 있어야 합니다. 자료가 아직 다 갖춰지지 .. 2021. 1. 5. 풍성한 책방 : 컬러보이 컬러보이 학대를 ‘컬러’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불편하지 않게 내용을 연결했다. 마르탱 파주 109 톡 p16 시몽이 나타난 것만으로 학교 전체가 즐거워졌다. 분위기가 한결 따뜻해진 것이다. 싸움도 줄어들었고,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없어졌다. 선생님들까지도 세상의 온갖 빛깔을 얼굴과 몸에 지닌 이 독특한 사춘기 소년에게 매료되었다. 시몽은 사람들의 관심과 친절의 표현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해 주고 자기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고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의 반점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그렇게 인기가 많은데도, 시몽은 결코 웃지 않았다. p63 월요일, 짙은 먹구름이 파리의 하늘을 온통 뒤덮었고, 시몽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학교 분위기는 침울하게 잠겨 있었다. 모여있는 아이들도.. 2020. 12. 28. 풍성한 책방 : 지평 이상과 현실과 미래가 혼란스럽게 공존했던 시절의 지평을 지금 찾았을까, 젊은 날의 지평을 회고하는 주인공. 파트릭 모디아노 197 문학동네 p9 얼마 전부터 보스망스는 젊었을 적의 일화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어지지 못하고 덜컥 끊겨버리는 일화들을, 이름 없는 얼굴들을, 스치듯 지나가버린 만남들을, 그 모두는 아주오래된 과거의 한 시기에 속했으면서 그의 생애의 여타 시기와 연결되지 못한 채 영원한 현재 속에서 유예되어 있었다. 그가 아무리 그것들에 대해 혼자 의문을 제기한들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기억의 파편들은 영원히 불가사의로 남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그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어떤 날짜, 특정 장소, 철자가 가물가물한 이름 등 지표가 될 만한 것이나마 찾아내려 애썼다. p91 긴.. 2020. 12. 23. 풍성한 책방 : 보이는 어두움 (우울증에 대한 회고) 우울증은 장애 등급을 받기도 어렵다. 마음에 감기라고 말하기에는 치료되는 과정이 긴 감기다. 혹시 내가 아닐까 고민하는 마음의 병 윌리엄 스타이런 109 문학동네 p11 우울증은 기분의 혼란 상태인데, 불가사의한 고통을 안겨주고 냉철한 판단력을 갖춘 지성도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애매한 증상이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게 된다. 일상적인 혼란쯤으로 여기는 가벼운 침울함이나 ‘기분 저하(the blues)’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므로, 사람들은 그것이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p45 이 병으로 인해 기분이 침체되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다른 무엇보다도 ‘디프레션(depr.. 2020. 12. 9. 풍성한 책방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추천해도 욕먹을 일 없는 책 은희경 227 창비 p 21 의심을 찬양함 당신이 나에대해 잘못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누락 된 정보를 살려내서 나라는 존재를 재구성하고 판단해보려고 애썼지만, 당신은 무엇보다 나 같은 사람의 머릿속을 이해하지 못해요. 당신이 파악하고 있는 규칙대로 따르지 않는 종류의 인간이랄까요. 나는 주소에다 이름까지 같다는 걸 쉽사리 수긍할 만큼 성급한 사람은 아닙니다.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눈썰미도 있어요. p 59 고독의 발견 이 세상에 나는 여러 개로 흩어져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서로 몹시 달라요. 화를 잘 내는 나도 있고 수줍은 나도 있고 말 잘하는 나도, 어리석은 나도, 그리고 아름다운 나도 혐오스러운 나도 다 있어요. 그것들은 흩어져 존재.. 2020. 10. 31. 풍성한 책방 : 혈통 파트릭 모디아노 142 문학동네 p19 한참 후에야 아버지가 그 시절에 몇몇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전쟁이 끝난 얼마 후 어떤 사람들의 회고담 속에 그런 이름들이 나오면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이름이란 결국 그 이름을 지닌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마치 아득히 멀리 떨어진 별들처럼 우리의 상상 속에 빛나는 법이다. p55 1957~1958년 그 기간에 아버지의 또 다른 하수인인 자크 샤티용이라는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나 한테 보내 편지에서 그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썼다. “네 아버지가 외롭게 죽는다 해도 절망하지 마라. 고독을 싫어하지 않는 분이니까. 네 아버지는 상상력이 –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로지 사업으로만 쏠린 – 무척 풍부한 양반인 데다, 그런.. 2020. 10. 26. 이전 1 ··· 3 4 5 6 7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