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51

풍성한 책방 : 내 이름은 태양꽃 꼭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성인을 위한 동화 한강/글 김세현/그림 111 문학동네 p68 세찬 비가 내 잎사귀를 때릴 때마다 휘청휘청 쓰러지려 하는 몸을 나는 꼿꼿이 곧추세우고 있었습니다. 오후 들어 비가 그치며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구겨지고 젖은 꽃잎을 할퀴며 저녁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이슬이 흘러내리려 할 때마다 나는 담을 넘어가 버린 담쟁이의 짙푸른 다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울지 마”라고 담쟁이는 나에게 말했었지요. 이슬이 식으면 몸이 차가워져서 더 견디기 힘들 다구요. 간밤에 그 풀도 말했습니다. 더 강해져야 한다구요. 더 견뎌야 한다구요. 그날 밤 나는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습니다. 힘이 빠질 때면 흙더미 아래 갇혀 있을 얼굴 모를 풀을 생각했습니다. 그의 조용하고 다정하던 말씨를 생각했습니다.. 2020. 10. 27.
풍성한 책방 : 나쁜사마리아인들 장하준 383 도서출판 부키 우리가 알아야할 경제 이야기, 모르고 살아가면 아쉬운 이야기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2장 다니엘 디포의 이중생활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3장 여성 살 먹은 내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자유 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민간 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6장 1977년에 만난 윈도98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7장 미션 임파서블? 재정 건전성의 한계 8장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 2020. 10. 27.
풍성한 책방 : 깎은 손톱 글 정미지/그림 김금복 앳눈북스 꽃잎 같은 손톱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그림책 일생을 손톱과 연관 지어 이야기를 풀었다. 작가의 말이 없는 그림책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243 창비 p7 프롤로그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1부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탄생 p33 누구의 삶이 더 힘드냐 하는 논쟁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모두가 똑같이 힘들다”는 말도 맞지 않다. 그보다는 서로 다르게 힘들다고 봐야 한다.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기회와 권리가 다르게 분배되고, 그래서 다르게 힘들다. 여기서 초점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삶을 만드는 이 구조적 불평등이다. p34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요구하는 건 ..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372 한빛비즈 p21 철학 고대 철학은 진리에 대해 회의적인 소피스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비판하여 소크라테스는 절대적 진리를 추구했다. 이후 플라톤이 이를 계승, 발전시켜 궁극의 절대적 세계로서 이데아를 제시했다. 반면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궁극의 절대 세계보다는 변화하고 운동하는 상대적인 현실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p143 과학 자연철학자들은 주로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런 기본 요소를 ‘아르케arche’라고 하는데, 물, 불, 원자 등이 아르케의 후보들이었다. 이 시대에 과학과 관련된 중요한 인물로는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등이 있다. p228 예술 초기 근대 미술은 로코코의 퇴폐미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다. 로코코의 감성적이고 ..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 1부 슬픔이 조마조마하게 창문을 두드릴 때 2부 어떤 아름다움과도 무관하게 3부 손님은 나 몰래 나를 사랑하여 4부 여름의 잔디이게 해줘 5부 수신인이 없을 때 가장 아름다워지는 편지들 시인의 말(김경인) 안녕, 짙은 밤의 조약돌처럼 희게 빛나는 모든 믿음들에게 안녕, 질주하는 나의 망상에게 안녕, 조립과 해체를 견디는 삶에게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331 황금가지 p 127 아침 식사 후 에밀리 브렌트는 베라 클라이슨에게 언덕 위로 올라가서 보트가 오는지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베라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바람이 거세지고 있었다. 수면 위로 자그마한 하얀 물마루들이 나타났다. 나와 있는 고기잡이배도 보이지 않았고, 모터보트가 오는 기척도 없었다. 스티컬헤이번 마을은 보이지 않고 다만 그 위로 솟은 언덕만이 눈에 들어왔다. 튀어나온 붉은 바위 하나가 작은 만을 가리고 있었다. 에밀리 브렌트가 말했다. “어제 우리를 데려다준 남자는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던데. 오늘 아침 이렇게 늦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베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더 커져가는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혈통 파트릭 모디아노 142 문학동네 p19 한참 후에야 아버지가 그 시절에 몇몇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전쟁이 끝난 얼마 후 어떤 사람들의 회고담 속에 그런 이름들이 나오면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러나 이름이란 결국 그 이름을 지닌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가, 마치 아득히 멀리 떨어진 별들처럼 우리의 상상 속에 빛나는 법이다. p55 1957~1958년 그 기간에 아버지의 또 다른 하수인인 자크 샤티용이라는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나 한테 보내 편지에서 그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썼다. “네 아버지가 외롭게 죽는다 해도 절망하지 마라. 고독을 싫어하지 않는 분이니까. 네 아버지는 상상력이 –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로지 사업으로만 쏠린 – 무척 풍부한 양반인 데다, 그런..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현남오빠에게 283 다산책방 p19 현남오빠에게 조남주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 술자리는 급히 마무리되었고 그래도 오빠는 택시가 지은이네 먼저 들러 내려주도록 하고 저를 기숙사에 데려다주었죠. 지은이가 내기고 난 택시 안에서 오빠는 지은이가 좀 당돌한 것 같다고 했다가 버릇없는 것 같다고 했다가 싸가지 없다고 했습니다. 사실 듣기 좀 그랬어요. 그래도 제 친군데 싸기지 없다니. p52 당신의 평화 최은영 유진은 버스 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봤다. 화장은 들뜨고 머리칼은 부스스했다. 유진은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정순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길고 어려운 하루였다. 서른 중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서 예전에는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었던 일들에 쉽게 치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눈물이 잘 나도지 않았고 팔다리가.. 2020. 10. 26.
풍성한 책방 : 고릴라 사노 요코 148 마음산책 p19 “네 위에 앉아 있어 주고 싶지만 난 바다를 보고 싶어.” “현실을 봐. 네 엉덩이 밑의 현실 말이야. 아, 일어서지 마.” 나는 일어났다. 털이 의자 쪽으로 부스스 섰다. “나도 갈게, 같이.” 의자가 말했다. 우리는 모래터 옆을 지나 그네 뒤편으로 걸어서 거리로 나갔다. 그러고 바다를 향해 출발했다. p63 동틀 녘 하늘에 커다란 별이 하나 남아 있었다. 고릴라는 부서진 책상과 뒤집힌 세발자전거, 부러진 문짝을 밝으며 걸어갔다. 의자는 눈을 살짝 뜨고는 “정말 기분 좋아. 꿈만 같아”라며 꼼짝 않고 있었다. “그래도 내려줘. 내 힘으로 걷고 싶어.” 고릴라는 꼭 껴안고 싶었지만 뼈가 부러질까 봐 겁나서 의자의 좌판에 입을 맞췄다. 의자는 떨고 있었다. “고마워, 내려.. 2020. 10. 26.
728x90
반응형